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법원이 법정관리인으로 신광수(사진) 현 대표를 선임한 것을 두고 채권단이 반발하고 있어, 경영정상화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부장 이종석)는 11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해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크다고 인정된다"며 법정관리를 인가했다. 재판부는 법정관리 기간 동안 회사를 관리할 관리인으로 두 회사의 기존 대표이사인 신광수(웅진홀딩스)대표와 김정훈(극동건설) 대표를 선임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관리인 주도 하에 회생계획안을 작성, 채권단 협의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밟게 된다. 만약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면 내년 상반기 중에도 법정관리 조기졸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원이 경영책임이 있는 현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한 것에 대해 채권단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정상화는 시작부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애초 채권단은 '웅진측 인사 관리인 배제원칙'을 법원에 강력히 요청했다. 끝까지 경영권을 놓치 않으려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모럴 해저드가 확인된 만큼, 사실상 윤 회장의 지시를 받는 웅진측 인사가 법정관리인을 맡게 될 경우 정상화에 큰 차질이 올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통합도산법은 재산 유용이나 은닉 등 중대한 책임이 없는 한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며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주된 재정적 파탄의 원인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 때문이었던 만큼 신 대표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부실책임이 있는 기존 대표이사가 그대로 법정관리를 주도한다는 건 또 다른 모럴 해저드를 용인하는 것"이라며 "이제 웅진의 회생계획은 사실상 웅진과 윤 회장이 주도하게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웅진 주변에선 벌써부터 "비우량기업인 웅진폴리실리콘, 웅진패스원 등을 매각해 시간을 번 다음 웅진코웨이나 웅진케미칼 등 핵심회사는 끝까지 지키려고 할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채권단은 차선잭으로 구조조정담당임원(CRO)과 자금관리위원 선임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CRO는 '감사'역할로 법정관리인을 견제하는 역할로, 채권단측 인사를 이 자리에 선임하도록 법원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또 자체적인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법원에 제출할 예정인데, 핵심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조기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코웨이는 총 1조2,000억원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매각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중단된 상태인데, 채권단은 협상을 재개해 조기매각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웅진측이 지난달 26일 법원에 제출한 기업회생절차 신청서에는 MBK파트너스와 체결한 웅진코웨이 매각계약을 해지하고 2014년에 매각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담겨있다"면서 "이는 웅진코웨이를 사실상 팔지 않겠다는 얘기인데 결코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이 같은 불신에 대해 웅진 관계자는 "윤 회장이 법원에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앞으론 출근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확약서에는 ▦회장 직위 사임 ▦출근 금지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의 사전 사후보고 금지 등 채권단이 요구한 사안 중에 경영간섭 부분만 받아들이고 직위사임이나 출근금지 등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는 "법원의 결정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받아들인다. 채권단과 협의해 법에 정해진 회생 절차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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