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사망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병은 폐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이 2010년보다 15.3% 늘었다. 줄곧 사망원인 1~3위를 차지해온 암이나 뇌혈관 질환, 심장병의 사망률이 10년 동안 제자리였던 것에 비하면 폐렴 사망률의 증가 폭은 상당하다. 2001년엔 국내 10대 사망 원인에서 아예 제외됐던 폐렴이 10년 만에 사망 원인 6위로 뛰어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 인구와 만성 질환자 증가, 항생제 내성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발병이 늘고 치료가 쉽지 않은 만큼 예방이 최우선이다. 독감 예방 접종이 한창인 요즘, 폐렴 예방 접종도 꼭 챙기는 게 좋겠다.
면역력 저하가 핵심 원인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던 김모(45)씨는 암이 아닌 폐렴으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항암 치료 때문에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폐렴에 걸렸고,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했지만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의료진은 "다른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보다 강한 항생제를 썼는데 효과가 없었다"며 "항생제 내성균이 일으킨 폐렴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혈액 속의 백혈구가 감소한다. 백혈구는 세균이 몸에 들어왔을 때 이를 물리치는 면역 작용을 하는 가장 중요한 세포다. 암 환자가 폐렴에 걸릴 위험이 많고, 폐렴이 걸리면 다른 환자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최근 암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생존 기간이 연장된 만큼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가 증가하게 됐다.
암뿐 아니라 당뇨병이나 신부전증 같은 만성 질환자가 늘고 있는 것도 폐암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다. 만성 질환자 역시 건강한 사람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폐렴균 같은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고, 감염됐을 때 치료 성공률도 낮아져 사망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폐렴에 걸릴 위험이 약 6배, 만성 폐질환자는 7배, 만성 심장 질환자는 10배 높아진다.
꼭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폐렴에 쉽게 걸리고, 치료 경과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역시 면역력 저하 때문이다. 고령 인구의 증가가 자연스럽게 폐렴 사망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폐렴은 대부분 항생제를 써서 치료한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폐렴 사망률을 높이는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병원 안에서 폐렴에 감염되는 환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폐렴을 비롯해 많은 감염병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는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항생제를 쓸수록 내성이 증가한다. 폐렴 감염 증가 - 사망 증가를 야기하는 원인이다.
이진국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감염병 치료에 많이 쓰는 강력한 두 가지 항생제인 반코마이신과 카바페넴에도 내성을 보이는 균이 국내에 이미 출현했다"며 "특히 병원에서 걸리는 폐렴은 이 같은 항생제 내성균이 원인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안 걸리는 게 상책
폐렴에 걸리지 않으려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과로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등 건강 관리가 필수다. 손을 깨끗이 씻고, 자주 손이 닿는 물건은 정기적으로 세척하는 것도 좋다.
폐렴구균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 접종도 전문의들은 권한다. 폐렴구균은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세균이다. 영ㆍ유아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필수 예방 접종은 아니지만,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다른 예방 접종을 하면서 함께 맞힌다. 생후 2~15개월 사이에 총 4번 맞으면 된다.
전문의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발생 위험이 높은 청소년이나 어른, 65세 이상 노인도 이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영ㆍ유아에 비해 성인의 폐렴 예방 접종률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2010년 대한노인병학회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폐렴구균 예방 접종률은 1%도 채 안 됐다.
90가지에 달하는 폐렴구균 가운데 병을 잘 일으키는 주요 균을 골라 활성을 억제해 주사제 형태로 만든 게 폐렴구균 백신이다. 성인이 맞을 수 있는 폐렴 백신은 크게 23가지, 13가지 균을 예방할 수 있게 만든 두 종류가 국내에 나와 있다. 23가 백신은 성인 모든 연령대가, 13가 백신은 50세 이상이 맞을 수 있다. 각각 5만원, 15만원 선이다.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김일중내과 원장)은 "폐렴 백신을 독감 백신과 함께 맞으면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을 63%, 사망률을 81%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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