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50대 여성 김모씨가 병원을 찾았다. 꾸준히 약을 먹지만,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김씨에게 의사는 인슐린 주사제를 권했다. 스스로 주사를 놓아 인슐린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치료법을 바꿔보자는 권유였다. 병이 더 심해졌다고 받아들인 김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먹는 약을 더 쓰게 해달라며 사정까지 했다.
많은 당뇨병 환자가 주사제는 증상이 회복이 어려워질 만큼 나빠졌을 때 쓰거나, 일단 쓰기 시작하면 평생 맞아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췌장이 많이 손상되기 전인 당뇨병 초기에 주사 치료를 시작하면 췌장을 보호하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회복되는 걸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는 "특히 먹는 약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주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사의 설득으로 주사 치료를 시작한 김씨는 6개월 만에 혈당이 목표치 아래로 떨어졌다.
환자들의 오해가 병을 키우거나 더 나은 치료를 막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의사가 만족할 만큼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환자들은 다급한 마음에 인터넷이나 지인들을 통해 나름대로 '정보'를 찾는다. 문제는 정보가 오해ㆍ편견에서 비롯됐거나 아예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소아천식 환아 부모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먹는 약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69.2%, 들이마시는 흡입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18%였다. 세계천식기구는 천식의 1차 치료제로 흡입제를 권장한다. 스테로이드 가루를 기도나 폐로 직접 넣어주는 방식이다. 환자들이 먹는 약을 선호하고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 국내에선 이 권고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하지만 흡입용 스테로이드는 먹는 스테로이드보다 몸 전체로 흡수되는 양이 매우 적어 전신 부작용은 드물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의학적으로 잘못됐다고 결론이 났는데도 여전히 환자들 사이에선 최신 정보로 통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를 들어 여성 호르몬 분비량이 크게 줄어 든 폐경 여성에게 닥친 여러 불편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내려진 호르몬 약 처방이 결국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게 의료계의 통설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여러 임상 시험을 거친 뒤 현재 학계는 특정 약(에스트로겐)만 단독으로 복용하면 15년 정도까지는 특별히 유방암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폐경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까 봐 호르몬 치료를 꺼린다.
홍역ㆍ풍진ㆍ볼거리(MMR) 예방 접종을 맞히면 아이에게 자폐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비슷한 사례다. 1990년대 후반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그 논문은 철회됐다. 저자인 의사가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의학 정보는 출처와 근거를 특히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카더라 통신'이나 때 지난 연구 결과가 되레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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