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공무원의 방만행태, 도덕적 해이 도 넘었다
육아휴직 하고, 아이 둔 채 장기 외국 체류하기도
통계청의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걸어서 불과 5분 거리를 오가면서 출장비를 받아 챙기는가 하면 사업비를 전용해 직원 동호회를 지원하고 육아휴직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낙연 의원(민주통합당)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충청지방통계청의 청장은 바로 옆 본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출장비 2만원을 지급받았다.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국내 출장의 여행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2만원을 지급하는데 이날 회의가 5시간 동안 열렸다는 게 지급 이유였다. 충청지방통계청과 본청 사이의 거리는 350m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소속기관의 장은 여비를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인정될 때는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기관장 스스로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뿐만 아니라 통계센터에 입주한 충청지방통계청을 비롯해 통계교육원, 통계개발원 등의 직원 773명도 업무협의를 이유로 총 5,099차례 본청을 오가며 출장비로 8,469만원을 타냈다.
통계청은 또 나라살림 설계의 기초가 되는 조사 사업인 인구주택총조사와 국내 산업 전체의 생산ㆍ고용ㆍ비용 등을 파악하는 경제총조사의 예산을 전용해 동호회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와 작년 경제총조사의 사업비는 각각 1,808억원과 526억원. 통계청은 이 가운데 6,135만원을 빼내 작년 등산 동호회 회원들의 모자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별도의 동호회 지원비가 1,540만원 책정됐음에도 운동용품 구입비, 운동장 사용료 등에도 사용했다.
육아휴직 제도를 악용해 해외 체류를 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통계청 소속 한 직원은 2010년 8월부터 222일간의 육아휴직을 받았다. 하지만 휴직 다음날 돌보겠다는 자녀(만1세)는 국내에 남겨둔 채 미국에서 연수 중인 아내와 합류했다. 222일의 휴직기간 동안 그가 미국에 있던 시간은 213일에 달했고 수당 355만원을 챙겼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자 3명이 아이를 돌보지 않고 국외 유학을 가는 등 육아휴직제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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