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번 실패를 계기로 열심히 공부하셔서 최고의 의사가 되십시오.”
1993년, 영남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 연구실에 환자와 의사가 마주앉아 있었다. 의사는 환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는 한 달 전 손가락이 없는 환자에게 수저라도 잡게 해주겠다고 발가락 한 개를 잘라 이식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이식한 발가락이 까맣게 죽어버렸다. 환자가 차라리 멱살이라도 잡아주길 바랐던 의사는 그가 뜻밖에 건넨 격려의 말에 저도 모르게 후드득 눈물을 떨어뜨렸다. 환자도 의사의 진심어린 반응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우 박사, 미국에 남으시오!”
W(더블유)병원(대구 달서구 감삼동) 우상현(52) 병원장의 이야기다. 우 원장은 그 일이 있은 후 손가락 수술에 인생을 걸었다. 그의 진가는 1990년대 후반 미국 최고의 수부수술전문 병원인 클라이넛 병원에서 연수를 할 즈음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 환자들이 그에게 손 수술을 맡기려고 줄을 섰다. 우 원장은 현재 국내에서 발·손 이식 수술을 가장 많이 한 의사가 됐다. 지금까지 손가락 절단 환자에게 옮겨 붙인 발가락이 400여 개다. 성공률이 9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SCI급 논문을 17편이나 발표했고, 국제학회 요청으로 수지접합 관련 의학 교과서도 집필했다. 뿐만 아니다. 그가 병원장을 맡고 있는 W(더블유)병원은 2011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수술 건수가 연 8,000건 이상으로 전국에서 1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세접합수술의 정수, 팔 이식 도전
우 원장이 다양을 성과를 내기까지 의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려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성형외과 레지던트 시절에 설정현(동국대 석좌교수)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의사로서 보람 느끼려면 남이 안 하는, 힘든 분야를 해라. 의사의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행복과 보람은 더 커진다.’ 제가 미세수술분야에 파고든 것도 그 가르침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동안 힘든 만큼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해 준 환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 8월, 팔이 비대해지는 증상으로 10년 동안 10여 차례의 수술을 받은 초등생에게 종이학 수십 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그는 “한쪽 팔을 못쓰는 아이가 보낸 종이학이라 가슴이 뭉클했다”고. 반면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십수년 전 일곱 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두피가 벗겨지는 사고를 당해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개인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다시 W(더블유)병원으로 오는 사이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이었다. 그는 “미세접합술이 흔한분야가 아니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이후 후진 양성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W(더블유)병원은 전문의 이후 코스인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과정을 밟는 병원으로 선정되어 있다. 전국 유명 병원과 아시아 지역 의사들뿐 아니라 미국, 독일 등의 의료 선진국 전문의들까지 그의 병원을 찾아 수련의 생활을 한다. 우 원장의 다음 목표는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팔 이식 수술이다. 근육과 뼈, 신경, 인대, 피부 등 여러 조직을 복합적으로 이식해야 하는 팔 이식 수술에는 고도의 의료 기술이 필요하다. 우 원장은 “내가 연수를 받은 미(美)클라이넛 병원에서 1999년에 세계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했다”면서 “이 수술이 현대 미세접합수술의 정수로 통하는 만큼 꼭 성공해서 한국 미세접합 분야의 신기원을 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병원이 개원 4주년을 맞은 만큼 시설과 시스템 보강 등을 통해 대구가 명(名)과 실(實) 모두에서 수지접합 미세수술 분야의 메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상현 원장은 영남대 의대 졸업 후 대구 현대병원 수부외과센터 소장을 역임했고, 미국 클라이넛 수부외과 및 미세수술센터에서 연수했다. 대한수부외과학회 상임이사·학술위원장. 미국 수부외과학회(AAHS)국제회원이며, 국제미세수술학회(WSRM)·국제성형외과학회(IPRAS) 정회원이다. SCI급 논문 17편, 국내 논문 80편 발표했고, 영문 수부외과 교과서에 ‘엄지 손가락 재건술’ 편을 저술했고, 2013년에는 미국 교과서 출판사 ‘맥그로힐’에서 펴내는 미세수술 관련 서적에 저자로 참여했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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