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클리닉은 의학, 문화, 경제를 아우르는 통섭의 분야입니다.”
금연의 사전적 의미는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의식적으로 피우지 않음’으로 정의한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파고들어가 보면 끽연의 습관이 뻗치고 있는 뿌리가 한정 없이 깊고 방대함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률이 4%가 채 안 되는 이유다. 93년 전국 최초로 금연 클리클리닉을 시작했고 지난 9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금연대회를 주도한 계명대 동산병원 김대현 교수(50·가정의학과)는 “미시적으로 흡연자 개인적 성향과 환경, 거시적으로는 경제 수준과 담배 전파 시기, 담배회사의 꼼수까지 고려해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금연은 전방위적인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방송의 폐해가 가장 큽니다. 현재 세계 금연 관련 단체의 테마는 ‘담배 회사의 방해 공작을 저지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담배회사가 사회에 기여한다는 식의 이미지 광고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선진국 흡연율 17% 한국은 42%
199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금연운동은 2002년 폐암으로 사망한 故 이주일 씨의 영향으로 2008년까지 흡연율이 75%에서 40%정도까지 감소하는 큰 효과를 보였으나, 최근 3~4년간은 성인남성 흡연율이 40~42%에서 정체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중진국 수준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40%정도입니다. 유럽 등 선진국 흡연율은 17%에 불과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율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성인 남성의 경우 습관과 중독이 문제가 되지만 여성과 청소년은 조금 다르다. 청소년의 경우 초등학교 5학년부터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호기심과 또래 친구들의 영향, ‘흡연이 어른스럽게 보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더불어 여성 흡연은 페미니즘의 역사와 행보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 담배를 피우면 왠지 사회적이고 활동적으로 보인다는 생각에서 담배를 시작하는 것이다. 감수성과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무의식을 파고드는 만큼 금연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는 조기 사망, 하나는 평생 고생
“세계금연대회에 교사 400명이 참여했습니다. 금연율을 높이려면 청소년 흡연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청소년 시기에 흡연 위험성과 효과적인 금연법을 교육하는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김 교수 자신도 대학시절부터 10년 동안 피우던 담배를 끊은 경험이 있다. 그는 “몸이 가벼워지고 피부가 맑아지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금연은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는 근본”이라고 말했다.
“금연은 암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분야보다 공헌도가 큽니다. 고혈압 환자들은 약을 먹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것이 효과가 크고 중풍이나 심장병 등 여러 중병들이 금연 없이는 치료가 안 됩니다. 흡연자 2명 중 한 명은 일찍 죽고, 나머지 한 명은 수명대로 살아도 평생 고생합니다.”
김 교수는 “저는 처음으로 병원에서 금연 클리닉을 연 의사고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할 때 한반도 최초의 금연 운동을 추진한 금연 선진 도시”라면서 “대구가 한국 금연 운동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대현 교수는 87년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98년에 전북대 대학원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95년부터 계명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로 있으면서 2005∼7년 보건복지부 금연사업지원단 교육분과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2009년부터 금연운동협의회 학술분과위원장으로 있다. 20009년부터 청소년 흡연음주예방협회 대구지부장을 맡고 있고, 2010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금연학회(ISPTID)에서 2012년 국제금연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