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도 트렌드가 있다. 경제 수준이나 식습관의 변화를 따라 새로운 병이 생겨나고 창궐하던 질병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한다. 수성성모연합한의원의 김승제(36)원장은 가장 현대적인 질병에 정통한 한의사다. 컴퓨터 사용 증가로 인한 요통과 근골격계 질환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추나요법과 봉침, 침, 뜸 등을 종합적으로 사용해 치료하는 김 원장은 “과거에는 다치거나 삐끗해서 한의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컴퓨터 사용과 약해진 근육 때문에 한의원 문턱을 넘는다”면서 “컴퓨터로 인해 허리 질병 관련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PC방에 가보면 정상적인 자세로 컴퓨터를 하는 학생을 단 한명도 본 적이 없어요. 20대 때는 괜찮지만 30대만 돼도 허리에 통증이 시작됩니다. 근육이 약해지면서 변형된 척추가 드디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죠. 한국이 IT 강국인 만큼 허리에는 약국(弱國)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IT 강국이 허리에는 약국(弱國)
김 원장이 허리에 파고든 것은 한때 자신이 허리 환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학부 시절부터 컴퓨터 달인으로 통했다. 최근 대구한의사협회 홈페이지를 혼자서 만들었을 정도로 IT 관련 실력자다. 지금의 실력을 쌓기까지 중·고교 시절 컴퓨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각종 경시대회에서 상도 많이 탔다. 허리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대학 졸업 즈음 등산을 하다가 허리를 다친 뒤였다. 가볍게 넘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몸져누웠다. 허리가 약해져서 온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허리 치료에 매달렸다. 자기 몸을 치료하면서 이 분야에 다양한 지식과 요법을 터득했다. 그는 “본인이 당해봤기 때문에 환자의 심정과 상황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몸을 치료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다보니 젊은 허리 환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 때문에 병을 얻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IT에 푹 빠져있다. 틈틈이 컴퓨터 프로그램도 짤뿐더러 한의학 지식을 컴퓨터로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은 물론이고 작은 정보들을 모아서 통계를 내 정보화 하는 빅 데이터(Big Data)분석 기법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사람들의 체온만 수집해도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질병 환경의 변화 등을 체크하는데 빅 데이터 요법이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믿습니다.”
젊어지는 한의학, 스마트폰으로 날아올라
소통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한의학이 젊은 층에 훨씬 더 깊이 파고들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누구나 전문가인 척 할 수 있다 보니 그릇된 정보나 오류가 인터넷상에 지나치게 많이 떠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그는 “약재를 판매하는 분들이나 건강식품업을 하시는 분들이 특정 약재나 식품을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틈나는 대로 감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저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해서 시대의 질병 트렌드를 따라잡는 것이다. 문화가 변하는 만큼 질병의 추이나 종류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새로운 질병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 분야에서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승제 원장은 1995년 대구한의대에 입학 2003년에 졸업했다. 2006년에서 2009년까지 원대한의원 원장을 역임했고, 2010년에 현재 자리에 성모연합한의원을 개원했다. 그는 컴퓨터 증후군의 고민 해결사인 것처럼 대구 한의학계에서는 컴퓨터 고민 해결사로 통한다. 대구광역시 한의사회의 정보통신이사를 맡아 홈페이지 개편부터 모바일 홈페이지 구축을 완성하기도 했다. 현재 한의학 지식과 중요 증상을 컴퓨터에 데이터베이스화해 질병환경의 변화를 체크하는 ‘빅데이터 요법’을 한의학에 도입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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