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나는 혼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표’의 향배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정권 초ㆍ중반에 실시되는 총선과 지방선거에선 정권 심판 심리가 위력을 발휘해 5%포인트 안팎의 야권 성향 숨은 표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뒤집고 야권이 압승한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 결과가 단적인 사례다.
대선에선 조금 달랐다. 총선과 지방선거에 비해 숨은 표가 적어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다소의 보수 성향 숨은 표가 포착되기도 했다.
접전이었던 2002년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이후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11월 26일~12월 17일) 결과를 보면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격차는 4.9~6.7%포인트였다. 실제 개표에서는 노 후보가 2.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보수 쪽에 약간의 숨은 표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 대선에선 어떻게 될까. 우선 여론조사 기법이 바뀐 것이 변수다. 최근 여론조사들은 휴대폰까지 포함시켜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등재된 유선 집전화만 대상으로 했던 과거엔 노년층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야권 성향의 숨은 표가 있었지만 휴대폰ㆍRDD 방식 도입으로 그런 경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중 누가 숨은 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다만 박 후보에게 약간의 숨은 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국리서치 심재웅 상무는 10일 “여론조사에선 인구비례에 따라 응답자 수를 결정하기에 투표율이 낮은 젊은 층 표심이 실제 투표에서보다 더 많이 반영된다”며 “때문에 박 후보에게 3%포인트 가량의 숨은 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새누리당이 도덕성 비판을 받고 있고 안 후보가 정치개혁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솔직히 답변하지 못하는 보수층과 40대 유권자들이 일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야권 후보에게 기본적으로 3%포인트 정도의 숨은 표가 있다”며 “그러나 4ㆍ11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은 새누리당에 일부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줬듯이, 이번에도 박 후보에게 약간의 표가 더해져 상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2030세대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30대에서도 30대 후반의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야권 성향 젊은층의 여론이 덜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따라서 야권 성향 숨은 표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여론조사에선 20~30%에 달했던 부동층이 최근 여론조사에선 10%대로 줄어든 만큼 숨은 표가 거의 없거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치 무관심층인 10%의 유권자들은 선거 결과에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투표 당일 주도권을 갖는 후보에게 표가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여야 구도를 벗어나 자유로운 투표를 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런 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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