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늦게나마 명예를 회복해 기쁩니다."
시인 황지우씨의 동생이자 저서 로 유명한 인문학자 황광우(54)씨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 선고 받은 지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10일 유신체제 당시 정권을 비판한 전단지를 배포하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감생활을 했던 황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판결했다. 고등학생 때 반유신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제적된 뒤 검정고시를 거쳐 1977년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한 황씨는 경제학과 2학년이던 78년 10월 '긴급조치는 민주주의의 싹조차 뿌리뽑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대학가와 서울시내에 15차례 배포했다. 이게 그의 발목을 잡았다. 군생활 중이던 79년 1월 군사재판에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군 교도소로 수감된 그는 그 해 4월 불명예 제대한 뒤 석달 뒤 형집행정지로 가석방됐다.
중풍으로 몸이 성치 않은 그는 명예회복을 위해 지난해 4월 법원에 재심청구서를 냈다. 법원은 국가기록원 등의 자료와 증언 등을 토대로 8월 재심결정을 했고, 본안판결에서 최종적으로 황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공소의 근거인 긴급조치 9호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해 무효이기 때문에 황씨의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이제야 역사가 바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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