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칸 남자'가 결국 '착한 남자'로 바뀌었다. 공익성과 정보전달의 성격이 강한 공영방송이 한국어 관련 전문 단체의 항의와 네티즌들의 지적에 백기를 들었다. 이같이 기존의 맞춤법을 무시하고 창작성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진 이같은 현실은 방송에서만의 문제일까.
공공성의 확보와 국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해야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잘못된 지명표기로 대중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정부역을 지나다보면 '가능역'(Ganeung)이 있다. 한자는 '佳陵'으로 되어 있고 '가좌리'와 '어릉리'에서 한 자씩 따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릉(佳陵)(Gareung)'이라고 표기해야 했다. 그런데 '주민센터'에서부터 '학교 이름'까지 모두 '가능'이다. 이것은 지방 행정기관에서 그렇게 고시한 까닭으로 추정된다. 또 수도권 전철을 운용하는 회사에서도 그것대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올림픽 금메달의 산실인 '태릉선수촌'의 '태릉'을 일반인들이 '태능'으로 쉽게 발음하고, '태능'이라고 표기해서 갈비집의 이름으로 많이 사용된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신문, 방송 등 언론 매체에서 올바르게 '태릉'이라고 표기해서인지 '태능'이라고 쓰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일반인들이 '佳陵'을 '가능'이라고 발음하고 '가능'이라고 습관적으로 표기하더라도 공공기관이 그를 따라서는 안 되고 올바르게 고시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가 또 있다. 이번엔 1호선 전철노선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보자. 충남 천안 부근에 '쌍용역'이 있다(영월에도 '쌍용역'이 있다). 이는 '쌍용동'에 위치한 까닭으로 '쌍용역'이 되었는데, '쌍용동주민센터' 홈페이지의 지명 유래에 따르면 '쌍정리'(雙井里)와 '용암리'(龍岩里)가 합하여 '쌍용리'가 되고, 나중에 '쌍용동'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주(全州)와 나주(羅州)의 머리글자를 따서 '전라도'가 되었듯이 '쌍용동'이 아니고 '쌍룡동'이라고 표기해야 맞다. 따라서 '쌍룡역'이라 해야 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쌍용'이라는 표기가 눈에 익었다. 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TV광고에서 접하고, 아파트 이름이나 파업 사태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자동차 회사인 '쌍용'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제는 국민들은 오히려 올바른 표기인 '쌍룡'을 어색해 할 정도다.
군부대 이름에도 '쌍용부대'가 있다. 그리고 '청룡부대', '황룡부대', '흑룡부대' 등이 있다. 그렇다면 '쌍용부대'는 당연히 '쌍룡부대'라고 고쳐야 할 것이다.
이같이 잘못된 정보가 국가 기관이나 공공 단체의 실수로 '가능'과 '쌍용'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초중고 학교 명칭과 각종 기관 이름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또다른 공중파 방송에 '런닝맨'(Running ma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런닝'(running)'이라는 단어에 'n'이 두 개이니 '런닝'이라고 한 것 같은데, '런닝맨'은 그야말로 흔히 얘기하는 '콩글리시'이다. 이는 '러닝'이 바른 발음이고 표기법에도 맞다. 따라서 '런닝맨'이 아닌 '러닝맨'으로 바르게 표기되어야 한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잘못된 표기를 사용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따라서 '차칸 남자'나 '런닝맨'이나 올바른 표기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바른 정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할 공중파 방송에서의 이같은 오류는 대중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이처럼 사실과 다른 왜곡된 것들을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고, 잘못된 정보나 오류로 인한 불편한 진실이 의외로 숨어있다. 그것들을 찾아내어 바로 잡아주는 관심과 노력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된다. 바른 정보가 바른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조동기 인천남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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