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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대필·가로채기 100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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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대필·가로채기 100건 넘어

입력
2012.10.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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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예산 중에서 받아야 할 학생들 인건비가 1,000만원 이상 되는데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인건비 통장과 도장은 교수님이 다 가지고 있어 어디에 썼는지 교수님만 안다."(대학원생 A씨)

"출근이 늦으면 지각비를 10만원씩 걷는다. 이메일이나 웹캠(PC용 카메라)으로 출ㆍ퇴근을 관리하는 실험실도 있다."(대학원생 B씨)

"교수님으로부터 '여자는 치마를 입고 발표를 해야 점수를 준다'는 말을 들었다."(학부 여학생 C씨)

"회식 자리에서 남자 동료와 러브샷을 강요 받은 뒤 '게이샷'이라며 놀림을 받은 적이 있다"(학부생 D씨)

서울대 인권센터(센터장 정진성 교수)가 10일 발표한 '서울대 인권실태 조사'결과에는 그 동안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충격적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머슴살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대학원생들이 많았다. 설문에 응한 대학원생의 27.9%는 연구실 업무를 이유로 교수 및 선배로부터 "강의에 빠지라"고 강요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대학원생 28.1%는 교수로부터 강제 집합이나, 행사동원을 당했다고 밝혔고, 폭언 욕설을 들었거나(19.5%), 성 비하 발언을 들은(19.8%) 대학원생도 상당했다.

"(교수) 아들의 생일파티에 가서 풍선을 불었다" "사모님의 비행기표를 대신 예약했다" "출장 간 교수 집에 가서 개밥을 줬다" 등 교수 개인의 사적인 일을 하게 된 경우도 많았다. 공대에서 66건, 농생대와 자연대에서 각 28건의 사례가 인권센터에 접수됐다.

연구성과 가로채기는 더욱 많았다. 연구의 전체 또는 일부를 교수 대신 수행하고도 저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논문 대필 및 가로채기와 관련한 사례가 공대 19건, 자연대 15건, 사회대 13건, 사범대 12건 등 총 100여건 이상 인권센터에 접수됐다. 한 대학원생은 면접 조사에서 "교수가 함께 한 연구 결과로 특허를 내고 싶어 할 경우 2년 가까운 특허 신청 기간 동안 학생이 논문을 내지 못해 졸업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대학원생은 "권력욕이 강해서 외부 활동에 열중하고 수업 준비는 전혀 안 해오는 교수들이 있다"고 증언했다.

문제는 상당수 피해자들은 이런 부당한 대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원생의 15.8%, 학부생 16.5%, 교수 17.9%, 교직원 19.9%가 피해를 당한 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29%)' '대응해 봤자 바뀌는 것이 없어서(22%)' '불이익이나 2차 피해가 있을까 봐(21%)' 등의 이유에서였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교수가 절대적 권한을 가진 졸업 심사 절차를 개선하거나 행정 업무를 담당할 직원 고용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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