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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10월 11일] 후보 단일화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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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10월 11일] 후보 단일화의 조건?

입력
2012.10.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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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동안 여론조사 지지도 경쟁 중심이던 양측의 줄다리기는 정당정치 현실에 대한 평가를 축으로 대결 형태가 한결 뚜렷해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그제 라디오 연설에서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고 밝혔다. 전날 문 후보가 "정당 밖에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정당혁신과 새로운 정치는 결국 정당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안 후보를 겨냥한 데 이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즉각 반발, 민주당의 쇄신 필요성 등을 거듭 강조했다. 정연순 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왜 안 후보가 출마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정당 불신과 정당 쇄신 요구를 거듭 환기했다. 앞서 안 후보 자신도 공천권을 예로 들어 "정당개혁 방안이 많은데 그 중 하나라도 실천하면 국민이 진심을 알아 줄 것"이라고 민주당에 정치개혁을 요구한 바 있다.

직설적인 민주당의 주장에 비해 안 후보 측의 주장은 여전히 추상적이고, 예각의 논쟁을 피하려는 전략적 애매성이 두드러지지만 최소한 후보단일화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분명한 의지는 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동문서답에서 벗어나지 못한 양측의 논쟁에서도, 정당후보가 마땅히 단일화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만큼은 안 후보 측이 정확히 아니라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불가피하다. 대선이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후보단일화 여부와 방안의 구체적 모색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데다 그 동안의 지지도 경쟁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확연히 기울 기미가 없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는 지난달 24일 안 후보가 41.1%로 34.7%인 문 후보에 앞서,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인 오차범위를 근소하게 벗어났을 뿐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차범위 안의 지지도 격차라도 변화 흐름만 일정하다면 의미가 있지만, 두 후보의 지지도 변화 곡선은 새끼줄처럼 여러 곳이 꼬인 형태여서 그런 의미조차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느 쪽이 더 초조할까. 언뜻 정당의 조직 기반을 가진 문 후보가 느긋할 것 같지만 곰곰 따져보면 오히려 정반대일 가능성이 커진다. 양측이 후보단일화 일정과 방식에 우선 합의해 놓고 지지율 경쟁에 들어가지 않는 한 단일화 전망마저 흐려지기 쉽다. 양측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누고 있는 현재의 구도는 1987년 13대 대선과 닮았다. '6월 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를 돌려받은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은 지금과는 비할 바 아니었다.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와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의 단일화 없이는 노태우 민정당 후보에 어부지리를 안기리라는 국민 인식도 확고했다. 그런데도 YS와 DJ의 자존심 싸움과 양 진영의 과대망상에 걸려 끝내 단일화에 실패했고, 선거 결과 양측은 각각 유효투표의 28%, 27%를 얻어 겨우 36.6%를 얻은 노 후보에게 졌다. 민주당이 그런 역사적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반면 여야를 불문한 정당 불신에 기대어 온 안 후보 측은 상대적으로 급할 게 없다.

따라서 민주당이 꺼낸 '정당정치'는 이치에 맞는 주장이지만 안 후보를 압박할 유효한 카드는 아니다. 안 후보가 '단독완주' 의사까지 보이며 '민주당 쇄신'과 '국민 뜻'을 단일화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쇄신이나 국민 의사의 구체적 내용을 곧바로 찌르는 것이 나았다. 대선 코앞에서 전면적 쇄신은 불가능하고, 다자대결 구도에서 25% 내외의 지지율을 기초로 안 후보가 출마한 점만으로도 '국민 뜻'은 주관적 해석의 문제일 뿐이다. 불능조건은 조건이 아니고, 충족 여부가 해석에 달린 조건 또한 마찬가지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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