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고 방어하지 않으면 경제는 잃는 게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0일 오후 숭실대에서 '경제민주화,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를 주제로 특강했다. 그는 강의 내내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를 단순히 시장에 맡기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2시간30분 동안 계속된 특강은 질의 및 응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한국이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저성장 시대에도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며 "이제 우리가 이상향을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세계경제의 소득불균형을 유발한 가장 큰 원인으로 정치를 꼽기도 했다. "정치적 변화가 경제적 변화를 이끌고 있어요. 고소득층은 정치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더 많고, 정치인들은 돈을 갖고 있는 금융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받게 마련입니다. 정치와 경제가 점점 (유착 수준으로)긴밀해져 가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이 때문에 소득 하위 3분의 1은 정치적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도 잊지 않았다. "한국은 수출의존형 경제구조 때문에 글로벌 경체침체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이런 상황을 극복할 펀더멘털이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어떤 사태가 생기더라도 긍정적인 시각에서 사안을 해결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신케인스학파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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