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기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3일 1차 TV 대선토론에서 패배하기까지 과정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의 패인은 자만에서 비롯됐다. 그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같이 토론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할 만큼 롬니를 철저히 무시했다. 그런 탓에 2일 네바다주 헨더슨에 토론준비 캠프를 차린 오바마는 진지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예정에도 없던 후버댐을 방문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현지 민주당 선거본부에 가서는 토론준비가 귀찮은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찬 오바마는 핵심 보좌진의 충고는 물론, 이들이 롬니를 상처낼 수 있도록 고안한 말들도 무시했다.
하지만 보좌진의 생각은 달랐다. 오바마는 당시 존 케리 상원의원과의 예비토론 연습 때도 주제를 빗겨가 이미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준비조차 진지하게 하지 않는 그를 지켜보던 일부 보좌진은 토론회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을 했다. 오바마는 토론 무대에서도 롬니를 계속 무시했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도 자신이 더 토론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롬니의 문제 발언인 '47%' 말고도 그를 공격할 두 가지 정도의 카드를 갖고 있었으면서도 끝내 사용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토론에서 국가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힌 자신의 발언이 롬니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고 믿었다. 또 토론은 연기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철 지난 생각을 고수했다. 그의 책사인 데이비드 액설로드조차 오바마가 토론에 이겼다고 생각하며 무대를 내려온 것에 놀라워했다. 우려대로 90분의 토론은 선거양상을 뒤바꿔 놓았다. 토론 1주일 뒤인 10일 갤럽 조사에서 투표예상자 지지율은 롬니가 49%로 오바마의 47%를 앞섰다. 오바마로선 점차 토론효과가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그나마 다행이다. 준비 안된 토론으로 홍역을 치른 오바마는 11일 마지막 모금행사 이후부터 두 차례 남은 토론 준비와 경합주 선거유세에 전력투구하기로 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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