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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11일] 20년 뒤 어디에 집을 짓고 어떻게 공장을 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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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11일] 20년 뒤 어디에 집을 짓고 어떻게 공장을 돌릴까

입력
2012.10.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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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공기 그리고 전기. 늘 우리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잘 모른다. 지난해 9월15일, 우리는 전기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전력수요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어 예비전력의 안정 수준인 400만 kW 이하로 떨어지는 비상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 11분부터 부하조정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수백 만 호의 가구가 정전되고 교통 및 통신체계 등 기간시설이 마비되어 큰 사회적 혼란이 일어났다.

최근 어떤 모임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원전이 담당하던 전기 생산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정말 이처럼 모든 원전의 운전을 정지하고 탈핵을 하게 되면, 20년 후의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 있을까.

100만㎾급 원전 건설에 필요한 부지 면적은 여의도의 10분의 1 정도인 33만㎡이다. 같은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면 3,300만㎡, 윈드타워를 세워 풍력으로 대체하려면 1억6500만㎡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연간 에너지의 소비량을 모두 태양광으로 충당한다고 하면 경기도보다 넓은 면적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들의 주장처럼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전기 생산을 위해 전국의 쓸 만한 땅을 태양광 패널과 윈드타워로 뒤덮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커서 살 집과 일을 할 사무실 그리고 공장을 지을 땅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수십 년간 햇빛을 받지 못하는 태양광 패널 밑의 드넓은 땅과 저주파 발생으로 교란되는 윈드타워 주변 지역의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태양광 패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율이 떨어져서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태양광 패널의 주기적 교체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과 교체비용은 어떻게 감당할까.

전기는 소비자가 쓰고 싶을 때 언제든 쓸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 지금의 재생에너지 기술로는 이 가치를 만족시킬 수 없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는 사시사철 온 종일 맑은 날과 고른 바람이 불어야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지만, 20년 후 한반도의 기후가 전기 생산에 적합하도록 사시사철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기가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고품질의 전기가 대량으로 필요한 공장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 공장을 재생에너지로도 돌릴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바꾸면 되겠지만, 앞으로 20년 내에 이것이 가능할지는 신만이 알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으로선 태양광으로 생산하는 전기로는 태양광 발전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 국민과 기업 하나하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없어도 너무 없다.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이웃나라에서 전기를 사올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어떤 에너지 정책을 취해야 할까. 20년 후에도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곳에 집과 공장을 짓고 원하는 때에 전기를 쓸 수 있게 준비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전력 공급은 쉽게 늘릴 수 없다. 어떤 발전소든 준비하고 건설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계획은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수립한다. 지금 준비를 해야 10년 후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영덕ㆍ삼척을 신규 원전 부지로 고시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주민이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 건설에 따른 불편과 안전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정부와 원전사업자는 원전 건설로 발생하는 지역주민의 불편을 적극 해소하고 원전 건설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이들 지역이 대한민국 어느 마을보다도 잘 살 수 있게 유무형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야 한다.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및에너지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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