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통령 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3각 구도가 형성되고 야권 단일화라는 큰 변수가 있어 그 결과는 실로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다. 각 후보 진영은 앞 다투어 전라도로 경상도로 발품을 팔고 국립묘지, 군부대, 복지시설, 재래시장 등을 찾아다니면서 지지층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각 후보 간에 차별화 되는 뚜렷한 정책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복지 관련 분야에 대해서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건강보험, 노인문제 등 비교적 구체적인 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안보 및 국방 분야에서는 안보도 튼튼히 하고 남북관계도 발전시켜 나간다는 식의 원론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연 누가 어떤 방향으로 국방정책을 끌고 가려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보수정당이 집권하면 당연히 국방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예산도 더 많이 배정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자료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노 정부 5년간 평균 8.8%였던 것이 현 정부 4년간은 평균 5.5% 증가에 그쳤다. 노 정부는 국방개혁 2020계획을 수립해 2012년에 계획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정보 수집 및 전략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2020년까지 병력을 50만 수준으로 감축하되 각종 전투 장비를 현대화할 수 있도록 연평균 9% 수준의 국방 예산을 증가시킨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에 따라 5년간 평균 8.8%의 국방 예산을 증액 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국방개혁 2020계획을 승계하지 않는 입장이면서 이를 대체할 국방정책 목표는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5%대에 그쳤다.
8월 29일 국방부에서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2~2030)에서는 2022년까지 병력을 52만2,000명으로 감축하고 미래전 수행능력 구비를 위해 매년 6~8%의 국방예산을 증액하되 이 중 방위력 개선비는 연평균 8.8%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일 국회로 제출된 내년 정부 예산안 중 국방 예산은 5.1% 증액에 그쳤다. 이 같은 원칙 없는 국방 정책으로 지난 4년간은 제대로 된 중장기 발전 계획이 정착될 수 없었다.
또 하나의 핵심 국방정책 과제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올해 4월을 목표로 전환준비를 추진해 오던 중 현 정부 들어 전환 시기를 2015년으로 늦추면서 전환 준비에 여유를 갖는 듯 했다. 그러나 천안함ㆍ 연평도 사태 후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위한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들고 나와 2년 가까이 여기에 매달리느라 전작권 전환 준비는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 전환 시기만 2015년으로 연기 시켰을 뿐 전환 준비 상태는 2012년 전환에 대비한 2009년 당시보다도 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다 18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다시 제출해 놓은 상태라 전작권 전환 준비를 기존 계획과 같이 각 작전사령부 중심으로 가야할지 개정 법률안에 따라 각 군 본부 중심으로 가야할지 조차 확정 지을 수가 없으니 앞으로도 상당기간 전환 준비는 정체 상태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금의 남북 긴장상태나 주변 국가들 간의 영토 분쟁 등 우리의 안보 상황은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는데 우리 군의 당면 과제인 전작권 전환 문제나 국방개혁 방향이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빠른 시일 안에 이 같은 정책의 혼란을 바로잡고 전작권 전환 문제나 국방개혁 과제들이 올바른 괘도에 들어 설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대선 후보들은 우리 국방의 핵심 과제들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 것인지 분명한 소신을 밝히고 TV토론 등을 통해서 검증받아야 한다. 앞으로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라면 군 복무기간 단축 등 선심성 공약으로 표심의 눈치만 살필 것이 아니라 국방정책에 관한 분명한 소신을 밝히고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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