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에 액세서리를 수출하는 중소업체 A사는 지난해 200만 달러에 달했던 매출액이 올해 100만 달러선으로 반토막 날 지경이다. 현지경기가 침체된 데다 원ㆍ달러환율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회사관계자는 "원자재값이 오른데다 환율까지 나빠져 판매단가를 올리겠다고 했더니 현지 바이어가 아예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면서 "어쩔 수 없이 직원 3분의1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출에 초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이 3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연일 급락함에 따라 기업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한계선상에 놓인 중소수출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들도 수익악화가 예상돼 실물경제 전반에 '원고(高)'한파가 몰아 닥칠 태세다.
10일 한국은행과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원ㆍ달러환율은 연중 최고점(5월25일 1,185.5원) 대비 70원 이상 내린 상황. 유럽상화 악화영향으로 이날은 소폭 오른 채 마감했지만, 지난 8일에는 장중에 1,110원을 깨고 연중 최저치인 1,109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대적 금리인하 및 유동성공급에 나서면서, 원화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글로벌 양적완화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실크수출업체 B사 관계자는 "더 이상 환율을 견디기 힘든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사업을 접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4,084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5% 감소한 상태. 2월과 6월을 빼면 모조리 마이너스였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4분기에도 플러스 전환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율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점. 국내 주식과 채권을 매입하려는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하락압력이 더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수출한계기업들의 줄도산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내년 환율이 1,100원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면서 "글로벌 수요 위축과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정책의 확산, 중국의 수출 부진까지 겹쳐 우리나라 수출경기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