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종북 세력을 국군의 적으로 규정한 종북 교육 표준 교안을 전 군에 내려 보냈다. 반독재 운동까지 종북 세력으로 규정한 일부 부대의 교육 교재 등이 논란이 되면서 표준 교안을 만든 것이지만,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국방부는 '사상전의 승리자가 되자!'라는 제목의 '종북 실체 표준 교안'을 전 부대에 하달, 신병 훈련소와 야전 부대, 학교 기관 등에서 장병 정신 교육에 활용토록 지시했다. 국방부가 공식적인 종북 교재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표준 교안에는 1970년 반유신ㆍ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종북 세력과 연계시키거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같은 합법 단체를 종북 세력으로 규정한 부분 등 최근 논란이 된 몇몇 부대의 교재 내용은 모두 빠졌다.
국방부 표준 교안은 종북 세력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전략 노선을 맹종하는 이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분명한 우리 국군의 적"이라고 강조했다. 종북 세력의 위험성을 악성 바이러스에 빗대 "폭력 시위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보여도 배후에서 이를 기획하고 조종하는 세력의 실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많은 국민이 중국을 공산화시킨 세력은 13명부터 시작됐고 남베트남은 인구의 0.5%인 5만여명의 이적 세력에 의해 패망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해외본부 ▦범민련 남측본부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9개 단체를 이적단체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종북 세력의 실체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특정한 세력을 겨냥해 '국군의 적'으로 규정한 것에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공식 교재의 발간 자체가 대선을 앞두고 종북 교육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군 당국은 "2010년 잇달아 발생한 천안함 피폭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장병들에 명확한 대적관과 안보관을 확립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종북 교육을 강화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올 들어 군이 종북 교육을 부쩍 강조한 것이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북 논란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종북 세력과 진보 세력은 구별돼야 한다"며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보장하고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상ㆍ이념 차이를 이유로 국민 일부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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