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과 한국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문학상 8월 시 장원에 최선연(수명고ㆍ필명 데일밴드)양의 '거리'가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강예경(원묵고ㆍ기린초)양의 '가면', 생활글에서는 김경환(고양예술고ㆍ노루꽃)군의 '여름, 나무', 비평ㆍ감상글에서는 강범석(남해고ㆍ소이진)군의 '차라리 벚꽃이었으면'이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글틴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와 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청소년 글을 공모하고 있다.
▦ 수상작
거리
데일밴드
모두들 제 처진 집으로 발걸음을 팔딱대며 걸어갔다.
밤은 추락을 일삼는 어느 비루먹은 작자에게 더 이상 인심을 내주지 않는다.
나는 유쾌한 말꼬리를 물고, 물리는 흔해빠진 어느 중년의 대화법에
지쳐, 울적한 담배의 거리에 몸을 파묻고 싶었다.
축축한 잎들이 이 거리, 이 여름의 습기를 다 빨아드렸는지
누구보다도 낮은 숨소리를 내고 있다.
피- 소리 내는 짙은 청색의 숨결
비릿하고 아찔한 쉰내는 어느 술주정뱅이의 추접한 바지 주머니 속에도 있다.
그들은 술에 모든 일을 버무리는 경향이 강하다.
독하게 묵힌 그들의 한탄은 이미 파다하게 알려진 노래처럼
불리고 또 불리어진다.
어느 족발 집에는 따고 남은 술병들과 씹다 남은 딱딱한 뼈들이 즐비하다.
도저히 씹혀지지 않은 뼈들은 족발 집 주인장 입속에 가득 담겨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나는 그 입이 아주 녹슬어 버리는 것을 본다.
미어터진 두 볼을 부여잡고 두 눈을 꼭 감는 것도 본다.
그는 족발집 주인이었다.
제 걸음이 어딜 가는 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이 거릴 가득 메웠다.
이파리들은 이들의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나무들은 쉬쉬- 하며 바람에 등을 기댄다.
나는 방금 분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조차 몰랐다.
마치 도시의 불빛이 어디를 비추는 건지 모르는 것처럼.
▦ 선정평
새삼 거리의 대화법과 풍물에 주목하게 되는 저녁이 있다. '파다하게 알려진 노래처럼' 거리는 분방한 관심들과 다양한 숨결들로 넘쳐난다. 인환(人寰)의 거리는 싱싱한 역사의 내장인 것만 같다.
유종인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