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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천재 류승범 냉혈 킬러 소지섭 가을 스크린 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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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천재 류승범 냉혈 킬러 소지섭 가을 스크린 맞장

입력
2012.10.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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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이냐 소지섭이냐.

가을 스크린을 달굴 주목할 한국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짙은 남성미를 풍기는 두 주연 배우의 맞대결이 볼 만하다.

류승범 주연의 '용의자X'는 천재 수학자의 사랑 이야기다. 천재로 자라며 완전수의 아름다움에 빠져 평생 수학만이 전부인 세상에 살던 석고(류승범 분)란 남자가 있다. 퇴보해가는 자신의 두뇌에 좌절하던 석고는 옆집에 이사 온 여자를 보고 생전 처음 사랑에 빠져든다. 그가 남몰래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녀가 저지른 우발적 살인 사건을 감추려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극이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 헌신'이 원작이다. 일본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졌다. 일본 영화가 범죄 스릴러의 두뇌게임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면, 방은진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는 멜로에 방점을 두고 헌신, 희생, 용기, 사랑 등의 주제를 길어 올렸다.

주인공 석고는 먼지가 내려앉은 석고상마냥 그늘져 있고 고독이 켜켜이 쌓인 인물이다. 이전 작들에서 거침없이 감정을 분출해왔던 류승범이 모든 감정을 숨기고 사는 은둔한 수학자로 변신, 절제된 내면 연기를 세밀하게 선보인다.

관객은 형사 민범(조진웅)의 시선의 흐름을 따라 석고가 설계한 알리바이를 하나씩 풀어가게 된다. 하지만 실마리가 하나씩 풀어져가며 전모가 밝혀지는 순간, 거대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가슴 뭉클하게 하는 마지막 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관객 중 눈물샘을 터뜨리지 않을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멜로 성격이 짙어 두뇌싸움의 빠른 전개를 기대하는 관객은 조금 지루할 수도. 18일 개봉. 15세 이상.

소지섭의 '회사원'은 킬러를 직업으로 한 샐러리맨이란 설정이 독특하다. 강남의 한 오피스빌딩에 일반 금속제조회사로 가장한 살인청부회사가 있다. 모두 반듯한 양복을 입고 여느 사무실과 같은 공간에서 그들만의 은밀한 업무를 준비한다. 지형도(소지섭)는 살인이 곧 실적인 이 회사에서 10년 간 묵묵히 일만 해온 회사원이다.

직장이 집이고 학교고 가족 같은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아르바이트생 훈(김동준 분)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부터다. 그가 느껴보지 못한 일상의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면서 새로운 삶을 갈망하게 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하는 이미연이 훈의 엄마이자 전직 여가수였던 '유미연'을 연기한다.

영화의 쏠쏠한 재미는 샐러리맨에 빗댄 킬러들의 일상.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는 형도의 푸념, 직장 사수가 죽기 직전 형도에게 던지는 "넌 행복하게 살아라. 죽도록 일만하지 말고"라는 말들은 묘하게 엉키며 "쿡" 하는 웃음을 자아낸다. 형도의 상사인 기획이사 종태(곽도원)도 여느 사무실에 있을법한 캐릭터다. 뛰어난 능력의 부하직원 형도에게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는 종태는 아래서 치이고 위에서 무시 당하는 무능하고 야비한 상사의 전형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화려한 액션이다. 양복을 빼 입은 살인 청부업자들이 벌이는 결투 신도 그럴싸하고 사무실에서 벌이는 대규모 총격신의 발상도 놀랍다. 소지섭의 광팬이라면 맘껏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달라진 소지섭을 원했다면 특별한 선물은 기대하지 말기를. 1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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