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계열사 간의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상한선을 50%로 제한하는 일명 '50% 룰'을 추진키로 했다. 지나친 몰아주기는 건전성을 해치고 투자자 이익에도 반한다는 판단에서인데 일부 대형 금융사들은 수조원대 계약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ㆍ연금실장은 10일 금융위원회 후원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 내용까지 확정된 건 아니지만 발표 내용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조만간 관련 규정 마련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실장이 제안한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사들은 펀드와 변액보험, 퇴직연금의 계열사 판매나 위탁 비중을 50% 이하로 줄여야 한다. 우선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펀드 판매사들은 신규 판매 펀드에 한해 계열 자산운용사 상품 비중을 50% 이내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7월말 기준 펀드 판매 상위 10개사들의 전체 판매량 중 계열사 상품 비중은 55.5%나 된다. 송 실장은 다만 "기존 판매분까지 소급 적용하면 위헌 논란 등이 예상돼 신규 판매에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아울러 미국이나 영국처럼 펀드 판매사들이 여러 종류의 펀드를 모아 놓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펀드 슈퍼마켓'도 도입해 볼만 한다"고 제안했다.
보험사가 변액보험을 위탁 운용할 때도 신규 계약의 50% 이상은 계열사에 맡기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주요 보험사의 변액보험 계열사 위탁비중은 평균 50% 수준이지만 일부 보험사는 위탁 비중이 80~90%에 달한다. 정 실장은 "위탁 비중이 높아도 운용능력은 높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같은 계열 금융사에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비율도 앞으로는 전체 적립금 대비 50% 이하로 제한된다. 송 실장은 "50% 룰이 적용되면 펀드 판매의 경우 2개 회사가 연평균 3조8,000억원, 변액보험은 8개 회사가 6조3,000억원, 퇴직연금은 4개 회사가 1조8,000억원 가량 계약을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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