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계의 '상왕(上王)'으로 불리는 장쩌민(江澤民ㆍ86) 전 국가주석이 베이징(北京)의 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건재를 과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25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사이트 보쉰(博迅)과 둬웨이(多維)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은 22일 부인 왕예핑(王冶平)과 함께 톈안먼(天安門) 광장 옆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가극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요한 슈트라우스의 1872년 방미를 기념해'를 관람했다. 장 전 주석이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은 지난해 10월 9일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 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부부와 가극 원작자인 리강칭(李崗淸) 전 부총리가 동행했다. 태자당(太子黨)을 이끄는 쩡 전 부주석은 몇 년 동안 공식 행사에 나타난 적이 없다.
장 전 주석이 등장하자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일어서 박수로 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주석은 가극이 끝나자 무대에 올라 단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뒤 공연과 관련한 짧은 즉석 연설을 했다.
중국공산당의 권력 구도는 장 전 주석의 상하이방(上海幇)과 쩡 전 부주석의 태자당이 연합 세력을 형성,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파와 대립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지도부를 교체하는 당 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나온 장 전 주석의 행보는 다양한 관측을 낳는다. 먼저 공청단파의 공세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중국에선 상하이방으로 분류되는 두칭린(杜靑林) 통일전선부장이 해임되고 그 자리를 후 주석의 복심인 링지화(令計劃) 중앙판공청 주임이 맡는 인사가 있었다. 이 인사는 두 전 부장이 7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파면시킬 것을 요구하는 당 원로들의 연명서를 주도했기 때문이란 해석을 낳았다. 지난달 29일 베이징발 뉴욕행 중국국제항공 여객기가 이륙 7시간 만에 회항한 것도 두 전 부장 측근의 도피를 막기 위한 후 주석의 긴급 지시였다는 주장이 있다.
한편에선 장 전 주석의 등장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신병 처리와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이후 후 주석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상하이방-태자당 연합세력으로서는 달갑잖은 분위기다.
그러나 장 전 주석과 쩡 전 부주석의 세 과시는 반대로 차기 최고 지도부를 결정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에서 연합 세력이 승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7명의 상무위원 면면에 대해선 매체마다 차이가 나지만, 과반수 이상이 상하이방과 태자당의 연합 세력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달 중순으로 점쳐지는 당 대회는 아직 날짜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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