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예산안 가운데 세입(歲入)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세외(稅外) 수입을 무려 37조4,000억원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이는 올해보다 9조1,000억원(32%) 급증한 것으로, 2014년(33조6,000억원)이나 2015년(26조7,000억원) 정부 추정치보다도 훨씬 높다.
정부가 사상 최대 세외 수입 계획을 잡은 건 산업은행(2조6,000억원)과 기업은행(5조1,000억원), 인천공항(4,000억원) 지분 매각계획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약 8조1,000억원이 국고로 들어온다.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분 매각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올해를 포함해 최근 수년 간 실패해왔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2006년부터, 산업은행은 올해부터 세입 예산에 올랐으나 단 1주도 팔지 못했다. 인천공항도 2010년(6,000억원)과 2011년(7,000억원) 매각 대상에 포함됐으나 무산됐고, 올해에는 시민단체의 반발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매각 계획(4,000억원)이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지분 매각계획을 놓고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설령 국회가 매각계획을 승인하더라도, 실제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65.1%) 매각으로 5조원이 넘는 수입을 얻는다는 계획이지만, 25일 현재 시장가치는 4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은행 주가가 지금보다 크게 오르지 않는 한, '헐값 매각' 시비 탓에 매각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도 비슷한 상황이다. '1등 공항 매각은 국부 유출'이라는 시민단체의 공세에 상당수 국회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정부는 국제 수준에 뒤지는 인천공항의 허브 경쟁력을 높이고, 항공운임 인하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려 지분 매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분 매각으로 공항운영 능력이 뛰어난 해외업체와 제휴해 16%(2010년 현재)에 머문 환승률을 독일 프랑크푸르트(40%)나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38%) 수준으로 끌어 올리면 항공사간 경쟁으로 주요 노선의 운임 인하가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나주범 경영혁신과장은 "정부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한 가운데 일부 지분을 매각하므로, 국가기간시설을 외국 자본에 통째 내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알짜배기 공기업 지분을 정부가 급하게 매각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부정적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어 내년 중 지분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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