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살레 전 대통령이 퇴진 후에도 강력한 추종세력을 기반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살레는 3일 집권 국민의회당의 창당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구체제 추종자 수천 명을 모아놓고 압두르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를 향해 “여태껏 당신들은 뭘 했나”, “송유관을 폭파하거나 거주지역에 전기를 끊은 사람들을 체포했나”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때는 추종세력을 거느리고 지역을 순찰했다. 7월 말에는 무장한 살레의 추종세력이 수도 사나의 보안당국 청사를 일시 점거했다. 과도정부 의회도 절반이 구체제 기득권층으로 채워져 있다.
라마단 때 살레와 접촉했던 푸아드 알리는 “살레는 여전히 집권 중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레의 최측근은 군부의 요직에도 포진해있다. 살레의 장남인 아흐메드 알리는 공화국혁명수비대장을 맡고 있고, 조카인 야히아는 외국 대사관 경비부대를 지휘하고 있다.
살레의 세력 확장에 하디 대통령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디 대통령은 잃을 것 없는 살레가 정권의 탄압을 받으면 오히려 정권을 찬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살레의 부활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지원하는 예멘 안정화와 재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33년간 예멘을 장기 집권한 독재자 살레와 그의 측근은 2월 면책특권을 보장받고 퇴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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