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해 예산(총지출)이 올해보다 5.3% 증가한 342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해 5.5%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장기 재정운용계획의 5.1%보다는 증가율이 높은 것이다. 특히 이번엔 6조7,000억원의 재정융자를 이차(利差) 보전 방식으로 시중은행 대출로 전환하고, 그만큼의 가용 재원을 일반예산으로 추가 지출할 예정이다. 따라서 실제 예산 증가율은 7.3%에 이른다. 향후 추경이 편성될 경우 최종적으론 세계금융위기 때인 2008년의 10.8%까지 육박할 수도 있는 수준인 셈이다.
정부의 재정운용 원칙은 '수입만큼 쓴다'는 것이다. 내년까지 균형재정을 이룬다는 목표도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예산 확대로 5조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해 정부는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월계관'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산 확대의 배경은 불경기다.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시장이 무너지면서 경기회복 지연이 확실시 되는데다, 위기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경기활성화 예산' 편성을 부른 것이다.
예산안은 내년 성장률 4.0%를 전제로 했다. 정부는 다소 낙관적으로 보이는 성장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 중소기업 정책금융과 무역금융을 올해 보다 각각 8조5,000억원, 30조원 늘리는 등 산업 지원에 중점을 뒀다. 사회간접자본(SOC)투자나 지역투자 사업인 '30대 선도프로젝트'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린 것도 같은 취지다. 아울러 11조원 가까이를 투입해 청년 및 은퇴자 재취업을 위한 재정 지원 일자리를 올해 보다 2만5,000개 늘리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보건ㆍ복지ㆍ노동 등 복지예산 증가율은 명목상 4.8%지만, 이차보전 방식으로 은행 대출로 전환되는 주택구입자금 융자금 등 5.5조원을 지출에 포함할 땐 10.8%로 올해도 팽창적 증가세를 보였다. 복지지출 비중도 전체의 29.4%를 기록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대학등록금 경감 및 유아 무상교육 확대 등에 따라 7.9%의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한 교육예산 역시 예산 증가의 주요인이 됐다.
문제는 향후 국회 예산심의에서 고질적인 '포퓰리즘'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다. 여야 없이 벌써부터 '무상보육 원상회복'이니 '복지를 외면했다'는 선동에 나서는 게 예사롭지 않다. 대선 후보들이 타협을 해서라도 추가 예산 증액을 막고, 무분별한 포퓰리즘을 막는데 앞장서기 바란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온통 재정적자 누적으로 휘청거리는 걸 보면 균형재정은 마땅히 존중돼야 할 가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