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발표한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에 대한 정치권 반발이 거세다. 지난해 연말 갑작스레 0~2세 무상보육 예산을 집어넣었던 당사자로서 시행 1년여 만인 내년 3월부터 전면 무상보육 정책의 틀을 수정하자는 정부 방침이 달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자존심의 상처보다는 연말 대선 득표전략에 빚어질 차질이 더 큰 관심사일 듯하다. 지난해 예산편입 자체가 눈앞에 닥쳤던 4ㆍ11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여당의 대중영합적 선택의 결과였다.
■ 정치적 성패가 유권자 마음에 달린 민주주의 정치에서 어느 정도의 대중영합은 그야말로 '개념 필수적'이다. 다만 무상보육처럼 말로만 끝나지 않고 예산 뒷받침이 필요한 공약ㆍ정책은 반드시 비용 대 효과 평가를 거쳐야 한다. 공약ㆍ정책의 채택 여부에 따른 비용증감과 득표증감 효과를 비교할 때 비용은 정당의 기본정책과 합치하는 부분을 뺀 '순(純) 증감액', 득표 효과는 고정표를 뺀 부동표(浮動票)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 비교 결과 비용증감에 비해 득표증감 효과가 많이 낮은 공약ㆍ정책은 선거 이후 폐기되거나 수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0~2세 무상보육에서 제외될 '상위 30%'는 약 41만 명이다. 그 부모는 많게 잡아도 60만 명이고, 세대 특성을 감안한 투표율 60%, 부동표율 30%를 적용하면 득표 증감 은 최대 9만 표다. 반면 절감되는 비용은 연간 2,700억 원, 대통령 임기 5년 동안이면 1조3,500억 원에 이른다. 한 표가 1,500만원은 돼야 균형이 맞는다.
■ 더욱이 0~2세 자녀를 두고, 아직까지 특정 후보 지지 의사가 없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무상보육 문제에만 좌우되지도 않는다. 상관관계를 0.25 정도로 높게 잡더라도, 한 표의 값은 6,000만원으로 뛴다. 역대 대선 최소 표차인 1997년 대선의 39만 표를 돈으로 산다고 치면 2조3,000억 원이 넘는다. 팽배한 계층갈등 의식으로 보아 '상위 30% 제외'를 내심 반기는 유권자도 적지 않을 듯하다. 야당은 몰라도 여당이 정부 방침에 대들 합리적 이유가 없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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