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일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결국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의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이 22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은 자파리 총사령관의 발언을 받아 "두 나라가 전쟁을 하면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인데 우리는 예방적 선제공격을 할 수 있고 바레인, 카타르,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의 고위 인사들이 전쟁을 입에 올리고 있을 때 이란은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을 구금했다. 라프산자니는 1989~1997년 대통령을 지낸 온건 보수파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는 2005년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붙어 패했고 2009년에는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를 지지했었다. 국회의원 출신의 여권 운동가인 그의 딸은 그 동안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고 반정부 시위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었다.
이란은 국제사회의 감시 속에서도 핵 개발을 추진하고 미국에 호기롭게 맞서며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대비하느라 혼연일체가 된 듯 하지만 라프산자니 딸의 구금에서 보듯 여느 국가나 사회와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물가가 치솟고 가동을 멈춘 공장이 많이 있으며 일 없는 국민이 상당하다. 서방의 제재가 큰 이유라 하겠지만, 먹고 살기 힘든 국민은 그 이유를 헤아릴 여유가 없고 정부에 불만을 분출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억압적 체제에 지쳐 있다. 라프산자니와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 당시 제한적으로나마 누렸던 자유와 개방을 그리워하면서, 자유연애를 막고 복장까지 규제하는 정치 체제에 예사롭지 않은 반감을 품고 있다.
핵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이란을 공격하겠다고 벼르는 이스라엘도 사정이 좋지가 않다. 이스라엘 역시 높은 물가와 생활고 때문에 못살겠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양극화와 독과점, 거기에 지나치게 많은 국방 예산을 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간주하면서 안보만 강조하는 강경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에 불만을 쏟아낸다. 안보 이데올로기에 갇혀 체제에 순응하던 과거의 이스라엘 국민이 더는 아닌 것이다. 네타냐후 반대자가 어느덧 60% 선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국가 위상도 많이 추락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중동 교두보 기능도 과거만 못하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여야 정치인을 만나고 미국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습하겠다고 떠드는 것은, 전쟁이 부담스러운 미국을 압박해 추락한 위상을 높이고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실제로 전쟁을 할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두 나라가 이렇게 전쟁을 떠들며 세상에 겁을 주고 내부 단속을 하다 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그 결과를 알 수 없고 또 때로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이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아마디네자드와 네타냐후 두 사람은 세계의 눈과 귀가 모이는 이 자리에서 연설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강경 입장을 천명하며 또다시 세상을 위협할 것이다.
실제 발발 가능성과 상관 없이 이스라엘과 이란 두 나라는 국내 문제에 전쟁을 적지 않게 이용하고 있다. 만약 두 나라 내부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면 이들의 전쟁 위협도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동서양의 역사를 통해, 불만을 누르고 반대파를 제거하며 다른 생각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전쟁을 사용한 것을 자주 보았지만 여전히 이해도, 용납도 되지 않는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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