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에게는 네 가지가 필요하다. 친절하게 듣고, 빠진 것 없이 대답하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공평하게 재판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잘못된 법 집행'에 항의하며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독배를 마셨던 그가 법관들을 향해 던진 경구였지만 이 말은 지금까지도 판사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덕목으로 받아들여진다.
광주고등법원이 이 같은 판사들의 '네 가지 플러스 알파(+α)' 덕목에 문제가 없는지 재판에 참여한 소송 관계자 등을 상대로 법관 상시 평가를 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고법은 25일 모든 재판부에 대해 소송 관계인을 대상으로 상시 무기명 법정 설문조사를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법정 설문 조사는 원고나 피고, 소송대리인, 증인, 방청인 등 재판을 지켜본 관계자들이 법정에 있는 설문지의 질문에 답한 뒤 수거함이나 우편 등을 통해 재판부에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설문 조사 내용은 재판부의 개정시간 준수 여부부터 재판장의 음성상태, 용어의 적절성, 재판부의 경청 태도, 공정성, 피고인 존중 여부, 진술 기회 및 증거신청 여부, 재판의 신속성, 재판장의 쟁점 숙지 여부 등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됐다.
일종의 법정 모니터링인 법정 설문 조사는 법관들의 언행 품격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이번 법관 상시평가제 도입은 지난 7일 취임한 김용헌 광주고법원장이 "법관의 언행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상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뒤 추진됐다. 김 법원장은 전임지인 대전지법, 서울가정법원 등에서도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법정 설문 조사는 고등법원급에서는 특허법원을 제외하고 광주고법에서 처음으로 상시화한 것"이라며 "재판부와 당사자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법적 언행의 품격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