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게임의 심야시간대 청소년 이용을 사실상 제한하는 내용의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를 추진하자 게임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여성부는 최근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 제정안'을 고시했다.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당시만해도 스마트폰 태블릿PC는 청소년 보급율이 낮아 중독성이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률 적용이 2년간 유예됐으나, 여성부는 돌연 '게임물 평가 제정안' 카드를 내밀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게 모바일 게임 규제라는 시각이다. 가령 게임물 평가때 사용될 지표 중'게임을 오래하면 게임머니나 사이버머니 등을 많이 벌 수 있는 게임구조'나 '게임에서 주는 도전과제에 성공했을 때 레벨업, 스킬 향상 등이 제공되는 게임구조' 등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적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의견도 갈리고 있다.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여성부의 평가 계획 내용에 명시된 상호작용, 보상구조, 경쟁심 유발은 게임의 기본 원리"라며 "게임물 평가안에는 게임의 긍정적 측면들이 처음부터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의 게임중독 문제 해결과 게임 산업 진흥은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게임물 평가 제정안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소년 행복권 추구 등 상충 소지 불구… 게임 중독 막으려면 정책 일관성 필요"
● 찬성-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온라인 셧다운제 맥락서 접근… 적당한 땜질 처방땐 실패 반복
청소년 폭력, 자해, 살인에 이르는 온라인 게임중독에 대해 일반 국민과 학계 및 정부에서 깊은 우려를 보였지만, 아직은 해결책보다는 미봉책으로만 일관했다는 자성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사회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에서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서로 통 큰 합의를 통해 인터넷게임제공자가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온라인 게임'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 이용제도(일명 셧다운제)의 정책 공조를 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한 게임은 아직 청소년들이 모바일 기기를 많이 갖고 있지 않아 심각한 중독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반영해 2년간 적용이 유예됐고, 유예기간이 내년 5월19일 종료됨에 따라 이 게임물들에 대한 법의 적용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법에 의한 평가 절차가 마련되는 과정에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제공되는 온라인 게임물에 대한 셧다운제의 쟁점은 다시금 심야 시간의 청소년 게임 제공 금지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한다. 셧다운제의 실행과 철폐는 '모순'이다. 청소년의 건강과 수면권 보장 및 게임중독 문제 해결이라는 선택지와 청소년 행복권과 게임 산업 진흥이라는 선택지는 개별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양립불가능한 모순으로 보인다. 한 사회가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집단지성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지 성공 여부는 이러한 모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에 좌우될 수 있다.
양립불가능한 모순을 푸는 바람직한 방법이 바로 원칙을 확인하고 더 심각한 문제를 덜 심각한 문제를 활용해 해결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게임업계, 부모·시민 단체 및 문화부와 여가부가 제안하고 합의한 과정을 되짚어 보면, 우리 사회가 이미 성숙해 많은 부분을 정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 인터넷 게임 중독의 폐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 자녀를 위한 심야 온라인 게임 제공 금지라는 합의를 도출했다. 둘째,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온라인 게임 중독 청소년)을 돌볼 수 있는 정책적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셋째, 게임 시간 규제라는 틀이 아니라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 예방이라는 프레임에 맞게 게임 개발 업체가 보다 과감한 기술개발을 통해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중독 폐해가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정책들(셧다운제)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실효성 논란이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기존 방식을 적당히 땜질해 지금까지의 실패를 반복하는데 있다. 최근 필자는 상담시간 동안 심각한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에게 가장 확실한 중독 탈출 방법이 무엇인지를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은 관심을 가지는 부모(어른)의 과도한 잔소리와 게임 금지 조치이며, 그로 인해 게임을 오래하면서 죄의식을 느껴 그만둔 경우이다. 또한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접근은 부모(어른)가 같이 게임하면서 자신들을 이해蠻羚珦만?하는 것이었다. 즉, 일관성있는 규칙과 청소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 중독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모바일 기기의 온라인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도 이러한 맥락에서 성찰해야 한다. 아무리 극단적인 경우라도 자정 넘어서 어린 자녀와 같이 게임을 하는 부모는 상식적으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허술한 인증제도로 인해 청소년 자녀를 둔 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게임을 하는 것으로 조사된 '이상한' 온라인 강국의 과거 불명예를 씻고, 청소년 중독에 따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제적인 제도가 국민적 합의 하에 충실히 시행되길 기대한다.
"게임 부정적 측면만 강조 과도한 족쇄… 기존 셧다운제도 문화콘텐츠 진흥 찬물"
● 반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
게임 평가 기관도 전문성 결여… 자의·일방적 고시안 납득 안가
여성가족부가 최근 고시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 제도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은 사실상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지난해 11월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되면서 모바일의 경우는 2년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여가부는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1년도 채 안되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게임물을 평가 대상으로 지정해 모바일 셧다운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알다시피, 현행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는 현재까지 별다른 효과 없이 문화콘텐츠에 대한 과도하고 혼란스러운 규제 장치로만 기능하고 있다.
여성부가 모바일 셧다운제 도입을 위해 마련한 이번 평가 계획 내용을 보면 얼마나 부당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평가기준으로 적시된 '강박적 상호작용', '과도한 보상구조', '우월감 경쟁심 유발' 조항은 애초부터 게임을 부정적인 콘텐츠로 전제하고 있다. 상호작용, 보상구조, 경쟁심 유발은 게임의 기본원리들이다. 이 원리를 애초부터 나쁜 것으로 단정해버리면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이 기준 안에는 게임의 긍정적 측면들이 처음부터 기각되고 있다.
게임 평가 기준에 세부 항목인 평가지표를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지면상 모두 소개 할 수 없지만 12개의 지표들은 대부분 게임의 놀이적 원리들이다. 가령, 지표 1'게임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역할을 분담해 협동하는 게임구조', 지표 11 '게임을 통해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게임구조'는 게임을 하는 원초적 이유에 해당된다. 그러나 여성부 기준에 따르면 게임의 협동, 상호작용, 자기 능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청소년에게 나쁜 게임이 된다. 동시에 게임도 태생적으로 사악한 것이 된다. 게임을 원천적으로 나쁜 것으로 보는 일종의 부당전제가 이번 고시안에 깔려 있는 것이다.
게임의 평가 척도에 따른 평가 결과도 어이없다. 여성부 고시안에 따르면 5개의 평가척도를 평가해 평균 3점 이상이 세 가지 평가기준에 단 하나라도 나오면 셧다운제의 대상이 된다. 보통에 해당되는 3점이 왜 셧다운제의 적용 기준이 되는지, 고시안에는 그 근거가 나와 있지 않다.
이번 평가를 주관한다고 밝힌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도 게임과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 아니다. 게임에 대한 평가를 왜 청소년 기관이 담당하는가.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게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정말 필요하다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평가위원회부터 먼저 구성하고 그 위원들이 평가 기준과 지표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여성부의 이번 고시안은 너무 성급하고 자의적이고 일방적이다. 그리고 고시안의 목적, 내용, 방식 등이 불분명해서 의문투성이다. 심지어는 여성부가 제시한 법적 근거인 청소년보호법 23조는 현재 26조로 변경되었는데도, 변경된 내용이 고시안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정부의 공식적인 문건임에도 고시안 평가표의 최종판단 항목을 보면 '1개 이상 적용되는지?'로 애매하게 표시해 놓고 있다.
여성부는 아직도 이 고시안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숨은 의도와 목표는 분명하다. 게임에 대한 규제를 모바일까지 확장해 게임을 권력 행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말이다. 청소년이 이용하는 게임을 평가하겠다고 하면서 청소년의 문화 권리와 게임의 기본 원리를 처음부터 부정해 버린다면, 과연 이것이 정부의 객관적 정책이라 할 수 있을까? 오호 통재라!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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