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서울구치소. 이른바 '석촌동 살인 사건'을 저질러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는 이모(당시 64세)씨가 부어 오른 가슴을 움켜쥐며 가뿐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간암으로 죽을 날이 가까워 오자 그는 수 십 차례나 자신을 찾아 와 여죄를 추궁하던 경찰을 직접 불렀다. 양심고백을 위해서였다. 세상을 떠나기 7일 전이었다. 석촌동 살인 사건이 일어난 해인 2004년 공범이자 현재 무기징역형을 받은 이모(46)씨와 저지른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살인 사건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살인 미수 사건은 이렇게 밝혀졌다. 첩보를 입수하고 1년6개월 동안 16차례 교도소를 찾아가 추궁하던 한 강력계 형사에게 죽음이 다가오자 "죽기 전에 양심 고백을 하겠다"며 남은 범행을 실토한 것.
그가 실토한 범행은 모두 2건. 2004년 8월 새벽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 주택가에서 채모씨와 원모씨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사건과, 같은 달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아파트에서 김모(49)씨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하지만 복역 중이던 공범 이씨는 죽은 이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경찰의 추궁에 1년 넘게 부인하다가 최근 범행을 시인했다.
이들의 범행은 당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범행 수법이 잔혹했고, 범행을 할 때마다 마약에 취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는 등 극악무도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2004년 1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 전당포에서 주인과 종업원을 흉기로 찔러 죽이고 도망치다가 잡혀 첫 번째 무기징역형을 받고 있던 2009년, 교도소에서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를 주고받다가 또 다른 여죄가 밝혀지기도 했다. 4명을 강도·강간 살해한 사건이지만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이었다. 현재 복역 중인 이씨가 간암으로 숨진 이씨에게 '송파구 방이동에서 살해한 사람이 떠올라 괴롭다'며 사건을 적어 보낸 편지가 단서가 됐다. 이들이 주고 받은 편지에는 "우리가 죽인 사람이 알려지면 정남규나 강호순, 유영철 같은 애들은 게임이 안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명일동 살인사건과 미아동 살인미수 사건이 드러남에 따라 이들은 지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모두 7명을 살해하고 2명을 살인미수, 20차례 강·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이들이 교도소에서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살아있는 공범을 대상으로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라며 "현재 성동구치소에 복역 중인 이모(46)씨에 대해 강도살인 등 혐의로 추가 기소 의견을 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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