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는 역시 관료였다. MB정부 들어 처음 공식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전직 경제수장들이 저마다의 과거 정치색을 벗어 던지고 "경제민주화ㆍ포퓰리즘에 맞서 기획재정부가 중심을 잡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재정부가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전직 부총리ㆍ장관 초청 간담회'에는 홍재형ㆍ나웅배ㆍ임창렬 전 재정경제원 장관, 이규성ㆍ강봉균ㆍ진념ㆍ전윤철ㆍ김진표ㆍ권오규전 재정경제부 장관, 박봉흠ㆍ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만수ㆍ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 등 역대 경제수장들이 대거 운집,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훈수를 쏟아냈다.
가장 먼저 화제에 오른 것은 최근 정치권의 경제개혁 움직임. 진념(72) 전 장관은 "이른바 '경제민주화'라는 이상한 이름이 정치 수사로 보편화돼 만병통치약처럼 통하고 있다"며 "여야는 물론, 설사 대통령이 뭐라고 해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는 후배들이 돼 달라"고 주장했다.
최고령 나웅배(78) 전 장관은 "정치의 계절을 맞아 포퓰리즘 약속이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고 전윤철(73) 초대 감사원장은 "로마 영웅전을 보면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국민에 의해 망하고, 국민만 쳐다보면 국민과 같이 망한다고 했다"고 일갈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퇴임 후 여야 국회의원이나 고위 정무직을 역임했지만 이날만은 옛 공무원 시절로 돌아간 듯 정치권과 맞섰다.
최근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덕담도 한 목소리였다. 이규성(73) 전 장관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재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다만, 아직 '현직'에 있는 일부 전직 장관들은 남다른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민주통합당 소속 홍재형(74) 전 장관은 "재정부가 경기부양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고 MB정부 초대 장관인 강만수(67) 산은지주 회장은 "신용등급 상향이 오히려 환율정책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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