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 사람이 출발선에 섰다. 박근혜가 다소 앞서있지만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 할 것을 생각하면 팽팽한 혼전 박빙승부다. 출발은 3파전이되 결승선은 두명이 다투게 될 것이란 뜻이다.
'극중 극' 형식은 관객들에게 집중을 요구한다. '극'과 '극중 극'을 헷갈리지 않으면서 '극중 극'이 '극'에 던지는 미묘한 파장을 느끼려면 대충 봐선 안 된다는 뜻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의 3파전 구도 속에서 전개 될 문재인 안철수의 단일화 경쟁을 따로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때보다 집중적인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대선일 것이다.
후보 확정 직후 광폭행보를 통해 지지율 상승세를 만들어 가던 박근혜가 주춤하게 된 것은 역사문제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였으므로 이 문제만큼은 다른 사람들이 풀어줄 수 없었다. 이 문제만큼은 박근혜가 직접 풀어야만 했던 것이다. 어제의 기자회견은 박근혜가 이 문제를 정면에서 풀어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문제를 얘기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통령후보로서 역사적 사과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ㆍ16,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것이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피해자 유족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역사적 사과를 긍정 평가한다. 진정성이 있는지 두고 보겠다" 는 야당의 반응에서 박근혜가 역사문제라는 매듭을 제대로 풀기 시작했음을 확인한다. 역사문제라는 풀기 어려운 매듭을 풀어내고 있으므로 이것이 박근혜의 재상승으로 연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문재인은 안철수로부터 느닷없이 풀기 어려운 숙제를 받았다. '당 쇄신'. 안철수가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정치권 쇄신과 국민 동의를 얘기하는 바람에 문재인은 안 그래도 당 안팎에서 요구받고 있던 당 쇄신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문제는 이해찬 당 대표, 박지원 원내 대표를 2선 후퇴시키지 않고 용광로 선대위 만으로 쇄신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해찬, 박지원에 업혀서 여기까지 왔다는 비아냥을 받아 온 문재인이므로 만약 문재인이 이들의 2선 후퇴를 관철시킨다면 문재인은 리더십을 단숨에 확립함과 동시에 당 쇄신을 속도감있게 밀어부쳐 안철수가 제시한 단일화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단일화 국면의 주도권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석 3조의 이해찬 박지원 2선후퇴. 키는 문재인의 손에 있다.
안철수는 출마선언에 따른 지지율 상승효과가 가장 큰 후보다. 왜 안 그렇겠는가. 출마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로 1년 가까이 뉴스의 중심에 섰던 사람의 최종적 선택이었으니 그에 따른 지지자 결집효과가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문제는 후속 행보다.
출마선언만으로 수직 상승을 만들어 냈지만 1주일이 다 되도록 볼만한 후속행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뒷심 부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안철수 측에서 감지되는 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안철수가 주로 하고 있는 정책 행보를 통해 이슈를 선점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정치 기획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먼저 보고 싶은 것은 안철수의 리더십이지 안철수의 정책이 아니다. '정책이 중요하다' 는 교과서는 그만 잊어버릴 것을 권하고 싶다. 정치는 정치리더십 정치적 이슈선점여하에 의해 1차적으로 결정되는 법이다.
대선 3파전. 각각 안고 있는 숙제는 다르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숙제와 동시에 풀어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캠프 구성 문제다. 국민은 우선 사람으로 평가한다. 캠프구성을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안되는 이유다. 중한 일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급한 일이다. 대선캠프 구성이라는 급한 일에서 누가 앞서는가가 추석민심을 결정할 1차적 변수다. 박근혜의 통합 캠프. 문재인의 쇄신캠프. 안철수의 혁신캠프. 과연 국민은 어떤 캠프에 1표를 던질 것인가. 역시 선거는 시작도 끝도 사람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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