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느라 씀씀이를 줄여도 빚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분기별 민간소비 실질증가율은 2009년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0.4~6.9%에 그쳐 같은 기간 1.0~8.7%를 기록한 실질 경제성장률에 3년 연속 못 미쳤다.
이는 각각 2년9개월에 걸쳐 동일한 현상을 보였던 외환위기(96년 3분기~98년 4분기)와 카드사태(2002년 4분기~2005년 1분기) 때보다 더 긴 역대 최장의 소비부진이다. 성장률(-2.1%)감소가 소비 감소(-1.1%)보다 더 가팔랐던 2009년 1분기를 제외하면 2007년 4분기부터 무려 4년 반째 지속되고 있다.
소비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원인인 가계부채는 반대로 계속 성장률을 웃돌며 증가하고 있다. 한은이 집계한 가계신용 잔액 명목증가율(5.6~9.1%)은 작년 1분기 이후 올 2분기까지 1년 반째 명목성장률(3.5~7.0%)을 넘어선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원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가계의 이자부담 등으로 낮아진 소비증가율이 성장률을 밑도는 소비저하가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수출증가세 둔화화 함께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 백화점도 소비부진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8월 백화점 신용카드 승인액(9,600억원)은 7월보다 15.9%, 1년 전보다 28.4%나 급감했다. 대형할인점 승인액도 전달보다 3.5% 줄면서 전체 카드 승인액 역시 7월 대비 5.3% 감소했다.
극심한 소비부진은 기업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동반 침체로 국내 주요 상장사 114곳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31조3,000억원)가 3분기보다 5.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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