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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생태계를 복원하자/ <상> 대형마트·SSM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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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생태계를 복원하자/ <상> 대형마트·SSM의 꼼수

입력
2012.09.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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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휴업 피하려 '편의점' 간판 달고 편법 영업

대형 마트의 무차별적인 영업확장으로 지역 골목 상권이 위협받고 있다. 골목상권의 붕괴는 지역 중소상인들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실업자 증가와 사회적 양극화라는 도미노 현상을 낳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독과점으로 시장 생태계가 위협 받으면서 서울시와 지자체들은 규제 강화를 통해 중소상인 보호에 나섰다. 중소자영업자들도 생존을 위한 혁신과 자생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 방안을 모색해 본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편의점'홈플러스 365'1호점을 오픈 했다. 올 들어 방배동 서래마을을 시작으로 삼성동에 이르기까지 6곳에 들어선 '홈플러스 365'는 영업형태는'편의점'으로 등록돼 있지만 사실상 대형 슈퍼마켓(SSM)과 다를 바 없다. 이곳 매장에는 1차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편의점과 달리 야채 등 신선제품이 일반 슈퍼처럼 진열돼 있다. 1호점인 대치점의 규모는 130㎡로 일반 편의점에 비해 2배 가량 넓다. 이처럼 형식상 편의점으로 등록돼 있지만 사실상 변형된 SSM인 '홈플러스 365'는 유통법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대형 유통 업체들의 편법 영업이 난무하고 있다. 업종 형태를 아예 바꾼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아울렛 등은 실제로 영업 형태가 대형 마트와 동일하지만 등록 업종에는 쇼핑센터로 돼 있다. 송파구의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최근 업종 변경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유통산업발전법'에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 대상이 대형마트와 SSM으로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대형 유통 업체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업종 변경에 나서고 있지만 관할 구청은 이를 단속할 권한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 6월 22일 법원 판결로 SSM에 대한 의무 휴무 시행이 중단 됐지만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 휴업의 재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 휴업이 재 시행 되더라도 대형 유통 업체들의 편법 영업은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 최근 휴일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코스트코의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 이외에는 규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의무휴업 무효 소송을 제기한 국내 유통업체와 달리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조례상 규제 대상인 코스트코는 지난 9일에 이어 23일(일요일)에도 영업을 강행했다. 서울시는 과태료로 최고 3,00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지만 코스트코는 휴일 영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코스트코가 의무휴업일 영업을 위반하고 얻는 이익에 비해 과태료 액수가 너무 적어 '솜방망이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근 지식경제부와 국회 등에 대형마트 및 SSM에 대한 규정을 보다 포괄적으로 하고 규제하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 이외에 영업 정지 등을 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법 개정을 건의했다. 또 대형마트 등에 대한 판매 품목 제한과 휴무일 확대 등 새로운 규제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병호 서울시 일자리정책관은 "대형유통업체들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조례 개정과 관련법 개정 건의 등을 통해 대형유통업체의 탈법적 영업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무 휴업 제도가 중소 자영업자 및 전통시장 상인들의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시내 중소유통업체 630개를 방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2%가 '의무휴업제 시행 이후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 15개 자치구 시장 상인 1,307명과 고객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중이 72.1%에 달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서울 명예부시장인 전국 유통상인 연합회장 인태연씨

"대형유통 업체들이 요즘 벌이는 행태를 보면 정말 상생을 포기한 것 같아요. 더 강한 규제만이 무너져가는 중소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서울시 명예부시장으로 위촉된 인태연(49ㆍ사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지난 23년간 인천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한 그는 명예부시장으로 위촉된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 회장은"대기업이 전국적으로 도ㆍ소매와 식자재 유통업까지 잠식하면서 기존의 자영업자 시장이 무차별적으로 침탈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마련하고 있는 중소상인 보호정책은 정말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3,500명의 자영업자가 회원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인 그는 대형마트 및 SSM의 신규 출점시 농수산물 같은 1차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유통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그는"이미 개설된 곳이야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신규 출점 하는 경우에는 농수산품 판매를 금지하고 법규를 지키지 않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영업정지 처분하도록 유통법 개정을 정치권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그가 '규제'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부천 문화의 거리 시장 상인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어린이 시장 탐방 투어'와 '차 없는 거리'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 활성화를 꾀한 경험이 있다. 그는"대형마트와 똑 같은 방법으로는 절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 고유의 기능과 문화적인 차별성으로 승부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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