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상이라야 고작 5만원 정도인 우리에게 가져갈 게 뭐가 있다고 … 쓰지도 않는 도로 사용료를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지하에서 30년째 양품점을 하고 있는 엄모(72)씨는 21일 "상당수 지하상가 상인들이 문을 닫았거나 문 닫을 처지"라며 어깨를 떨궜다.
1968년 지하1층, 지상 15층 규모로 세워진 국내에서 가장 큰 악기 전문상가인 낙원상가. 서울 종로거리를 활보하며,'허리우드'극장이 위치한 낙원상가를 즐겨 찾던 7080세대에게는 이곳의'지하상가'는 항상 추억의 장소로 남아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식당과 식료품, 옷, 잡화 가게 등 100여 개 상점이 모여 있는 낙원 지하상가는 대형마트의 공세와 열악한 시설 환경 탓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지하상가 상인들의 한숨을 부쩍 늘린 건 바로 도료사용료이다. 도료사용료는 건물 주변 도로에 대해 건물 주에게 내도록 하는 지방세. 20년 가까이 도로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던 서울 종로구청은 1989년 "서울시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결과 지하 상인도 도료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도로사용료를 추징키로 했다. 이곳 상인들의 모임인 ㈜낙원상가에 따르면, 33㎡ 기준으로 89년부터 해 마다 수십 만원(연체료 포함) 의 도로사용료가 부과되고 있다.
그런데 낙원 지하상가의 도료사용료가 논란이 되는 것은 1층 기둥 사이로 4차로 도로가 나 있고 그 위로 건물이 들어선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지상 상가와 지하 상가 사이로 도로가 지나다 보니 도로를 기준으로 위아래 상가 주인들도 도로사용료를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영문도 모르고 '머리 위'에 있는 도로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버텼고, 구청 측은 그 동안 점포를 공매처분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분 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도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낙원상가 건축부지 8,933㎡ 중 52%는 서울시가, 48%는 상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한 상인은 "절반 지분을 가진 서울시는 4차선 도로와 공영 주차장을 무료로 쓴다"며 "우리가 도로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낙원상가를 지나는 차량들에 대해 상인들이 도로통과료를 거둬도 된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로구청은 현행법이나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도로사용료 부과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며 "그렇다고 구청이 맘대로 도로사용료를 깎아주거나 면제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날 "도료사용료 부과는 부당하다"며 ㈜낙원상가 측이 낸 상고를 기각했다.
낙원상가 관계자는 "정부가 재래 시장은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서 우리는 왜 관심을 두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사용료 부과의 부당성을 더 알리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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