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문을 연 대림시장은 44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지난달 문을 닫았다. 개장 초기 논두렁에 천막을 치고, 평상 위에 물건을 놓고 상인들이 장사했던 대림시장은 70~80년대에는 서울 전역에서 손님들이 몰려들 만큼 인기를 끌었으나 대형마트의 공세와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지게 됐다.
#60년대말 서울 도심 개발에 쫓겨 청계천 등에서 이주한 철거민이 정착해 살던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자락의 백사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서울시는 저층 주택과 현대식 아파트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재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연말부터 사업에 들어간다.
대림시장, 백사마을 등 서울 시민들의 애환과 역사가 담겼으나 개발 등으로 사라지는 공간에서 주민들의 손때가 묻었던 의자가 재활용돼 새 청사로 이사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집무실 회의용 의자로 사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새 청사 입주에 맞춰 서울시민들의 스토리가 담긴 의자를 재활용해 회의용 의자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시민들의 삶의 숨결이 생생하게 담긴 의자에서 회의를 진행해 신중하고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취지다.
회의실에 놓일 12개 의자의 컨셉트는 ▦서울의 역사적 상징이 담긴 것 ▦개발로 인해 사라진 공간에서 시민들이 사용하던 것 ▦ 귀감이 되는 모범시민 등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것 ▦ 인권, 시민소통, 마을공동체 등 박 시장이 추구하는 시정 방향이 담긴 의자 등이다.
서울에서 수 십대째 살아온 가족이 사용하던 의자,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이 사용하던 의자, 장애인이 사용하는 휠체어 등을 기증받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13일 열리는 신청사 개청식때 이 의자들을 공개할 계획이다.
박 시장이 새 집무실에서 사용할 책상과 테이블도 버려진 목재들로 제작된 재활용품이다. 박 시장이 그간 사용했던 책상은 옛 청사 지하 2층에 만들어지는 '태평홀'에 전시될 예정이어서 교체가 불가피했다. 이에 서울시는 버려지는 목재를 수거해 재활용가구와 소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에 박 시장의 책상 제작을 의뢰해 새 책상을 마련했다.
여의도 성모병원 리모델링 때 버려진 서랍들, 성동초등학교에서 쓰던 신발장, 인사동 한 가게의 한옥 문 장식장, 방배동의 한 사무실에서 나온 책장, 신수동의 교회 의자, 황학동 가정집에서 나온 장롱 등 최근 3년간 서울 지역에서 버려져 소각될 위기에 처했던 목재들이 사용됐다. 23일 집무실을 새 청사로 옮긴 박 시장은 24일부터 재활용 책상에서 업무를 보게 된다.
글·사진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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