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현재의 300㎞에서 800㎞로 늘리면서 탄두 중량은 현행 500kg을 유지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미사일 사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으며 미국 측과 일부 사항에 대해 미세 조정 중"이라면서 "다만 사거리 연장과 연계된 사안이 많아 일괄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룬 것처럼 미사일 사거리가 800㎞로 확대되면 충북 진천에 위치한 유도탄사령부를 기준으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2001년 한미 양국이 합의한 사거리 300㎞로는 북한의 동창리·무수단 등 전략 미사일 기지는커녕 평양조차 제대로 공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은 1979년 미국과 협상을 통해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180㎞로 제한했다가 2001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하면서 개정 협상을 통해 사거리를 300㎞로 늘렸다. 미사일 탄두의 중량은 1979년 이후 핵탄두의 최소 무게인 500kg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은 사거리를 800㎞ 이상으로 연장하도록 요구했고, 미국은 500~600㎞를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 군이 적어도 한반도 전역은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과 국민 정서상 사거리는 미사일 주권과 연관돼 상징성이 크다는 논리로 미국 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은 현재 사거리 6,000㎞ 이상의 대포동 2호를 비롯해 무수단(3,000~4,000㎞), 대포동 1호(2,000~2,900㎞) 등 장거리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양국이 사거리 800km 연장으로 대체적인 의견 접근은 이뤘지만 사거리 연장에 따른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반발과 미사일 사거리가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체제와 연결돼 있어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부는 당초 내달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이전에 합의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양국이 세부안 조정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 이 시점까지 최종 합의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10월 내 결론이 도출될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차기 정부로 미뤄지면 너무 지체되기 때문에 가급적 올해 안에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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