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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400만원 긁어도 카드사용 혜택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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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400만원 긁어도 카드사용 혜택 전혀 없어

입력
2012.09.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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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삼성지앤미포인트카드로 2학기 등록금 400여 만원을 결제한 대학생 김모(25)씨는 억울한 기분과 동시에 "앞으론 굳이 카드를 쓸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제액의 최대 0.8%를 포인트로 쌓아주는 카드였지만, '등록금은 예외'라는 걸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카드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상품설명서에 등록금이 포인트 적립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명시조차 하지 않아 불쾌했다.

수익성 악화로 고전 중인 카드사들이 대학 등록금을 홀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등록금 결제액에 대해 포인트 적립을 안 해주는 것은 물론, 각종 혜택의 전제조건인 '최소 사용실적' 대상에서도 제외한 탓이다. 수 백만 원을 카드로 긁고도 아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애초 공익 차원에서 등록금 카드결제를 독려했던 금융당국은 "카드사 고유권한"이라며 수수방관하는 실정이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카드를 중심으로 등록금 결제액에 대한 혜택을 속속 없애고 있다. 올해 4월 출시된 농협채움TAKE5카드는 전달 사용액 30만원 이상이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최대 2%를 적립해주지만, 등록금은 전월 실적 및 포인트 적립 대상에서 제외된다. 400만원을 결제하면 8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받지만, 등록금은 한 푼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6월 출시된 삼성카드5 역시 모든 가맹점 이용금액의 0.5%를 적립해주지만 등록금만은 예외다.

그간 등록금을 사용실적으로 인정해 온 카드사들도 슬그머니 등록금을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분위기다. KB국민카드의 와이즈홈카드는 내년 3월부터 전월 실적에서 등록금 항목을 없애기로 했다. 현대카드M 등 일부 카드사들은 등록금 결제액에 대해선 포인트 적립이 안 된다는 사실조차 고객에게 알리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카드는 뒤늦게 홈페이지에 수정한 내용을 게재했고, 나머지 카드사도 "빠른 시일 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의 이런 행태에는 '등록금은 돈 안 되는 장사'라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1.8%는 돼야 수익이 나는데 대학 등록금은 수수료율(1.5%) 대비 비용이 과다해 혜택을 주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여기에 영업환경에 따라 사용실적 기준을 수시로 바꾸는 카드사들의 관행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유독 등록금 결제액만 혜택 대상에서 쏙 빼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 등록금과 수수료율이 비슷한 골프장, 대형할인점 등의 사용실적에 대해선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주고 있다. 대개 결제금액이 월 100만원 정도면 최대 혜택을 누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등록금을 3개월 할부로 결제한 소비자는 최소 3개월 이상의 혜택을 날리는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익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 경제원리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여러 결제액 가운데 굳이 등록금만 빼는 이유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서비스 혜택 기준을 일일이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사 자율에만 맡기면 소비자 피해와 혼란이 늘 반복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서비스 축소 행태를 감시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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