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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26> 김대식 서울대 교수→ 김휘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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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26> 김대식 서울대 교수→ 김휘 고려대 교수

입력
2012.09.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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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가 '토종 물리학의 수호자'라며 추천한 김대식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가 이번엔 '내공이 놀라운 제자'라고 김휘(35) 고려대 세종캠퍼스 전자및전보공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나는 원래 반도체 관련 물리학을 연구하다 광학 쪽으로 흘러 들어온 사람이다. 반도체와 광학은 서로 다른 분야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며 연구하는 중이다. 과학자가 새로운 연구를 하다 보면 모순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실제 실험에서는 버젓이 생기는 것이다. 제아무리 빼어난 과학자라도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과학자마다 나름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나는 종종 제자를 찾는다. 우리 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밟은 토종 과학자다. 석사와 박사 과정 때 직접 내 연구실에서 가르치진 않았지만 옆 연구실에서 불러다 같이 토론하곤 했던 그 제자가 바로 김휘 고려대 세종캠퍼스 전자및정보공학과 교수다.

김휘 교수는 광학자다. 광학의 역사는 200년이 넘는다. 과학에 발을 디딘 초기부터 공부해도 간단치 않은 분야다. 광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도 보통은 자신이 연구하는 좁은 분야에 대해선 잘 알지만, 전반적인 광학의 기초나 역사까지 꿰고 있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김휘 교수는 다르다.

3년여 전 진동수가 테라헤르츠(1조Hz)인 빛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간격으로 통과시키는,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실험을 처음으로 하면서 모순에 빠졌던 적이 있다. 그렇게 빨리 진동하는 빛이 그렇게 미세한 공간을 놀랍게도 진짜 지나가긴 했는데, 키르히호프의 법칙이나 포인팅 정리 등 몇몇 고전적인 물리학 법칙들이 들어맞지 않았던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김휘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테라헤르츠 빛이 나노미터 구멍에 들어가면 전기장은 약 1,000배로 세지는데, 자기장은 그대로다. 나노 세계에선 에너지의 흐름이 보통 공기 중과 달라지는 것이다. 물리학 법칙을 계산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인데, 모순에 빠졌을 땐 보이지 않았다. 여러 과학자가 모여도 찾지 못한 이 이치를 김휘 교수가 명쾌히 짚었다. 광학뿐 아니라 전기전자공학까지 넓고 깊게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 해석이었다.

이런 내공은 누가 가르쳐줘서 생기는 게 아니다. 과학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도교수나 외국 유명 과학자의 가르침에 의존해 연구하면 빠르고 편할지 모르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깊고 넓은 과학을 하려면 스스로 괴로움을 견디며 기초를 쌓아야 한다.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인 김휘 교수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벌써 60여 편이다. 지금의 우리 과학계는 이런 내공이 부족하다.

정리=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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