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에선 센카쿠(尖閣) 열도로 부르는 동중국해의 작은 섬들을 둘러싼 양국의 분쟁이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일본 공무원과 경찰 수십명이 댜오위다오에 상륙한 데 대해 강력 항의하며, 사실상 중일 수교 40주년 기념 행사의 연기를 전격 통보했다. 양국은 무력 시위의 성격이 강한 군사 훈련까지 경쟁하듯 이어가며, 첨단 무기들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일본 인사들이 댜오위다오에 상륙한 것은 중국 영토 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며 "중국은 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21일 오후 일본 해상보안청 보안관과 오키나와(沖繩) 경찰 수십명은 센카쿠에 접근한 대만 선박 다한(大瀚)711호의 섬 상륙에 대비, 폭동 진압 복장과 장비를 갖춘 채 센카쿠열도의 우오쓰리섬(魚釣島)에 내려 대기했다.
중국의 대응은 22일 댜오위다오 해역으로 어업감시선 10척과 해양감시선 2척 등 12척을 보내는 것으로 바로 확인됐다. 한때 4척까지 줄어든 중국의 공무선이 다시 늘어난 것이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또 23일 댜오위다오 등 영토분쟁지역에서 위성을 통한 감시 관측과 함께 무인정찰기 운용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군사 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무력 시위 경쟁도 했다. 일본에선 22일 육상 자위대와 미국 해병대의 도서(島嶼) 방위 합동 군사훈련 장면 등이 방영됐다. 지난달 21일부터 태평양의 티니언섬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훈련은 외국 군대가 섬을 점유할 시 탈환할 역량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미일 양국이 육지에서 떨어진 섬을 지키기 위한 공동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CCTV도 23일 해군 남해함대가 100여대의 수륙양용장갑차를 동원, 바다를 건너 섬을 탈환한 뒤 해안상륙작전을 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홍콩 명보(明報)는 중국이 푸젠(福建)성에 중거리탄도미사일 둥펑(東風) 21C를 배치했다고 러시아 군사 사이트를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둥펑 21C가 배치된 지역에서는 센카쿠가 사정권에 포함된다. 중국 동부 연안 지역에 이런 종류의 무기가 배치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 산하의 인민대외우호협회와 중일우호협회 측은 당초 27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키로 했던 중일 수교 40주년 기념행사를 적절한 때로 조정하자고 일본에 통보했다.
일본에선 반중 시위가 열렸다. 보수단체 '힘내라 일본! 전국행동위원회'가 22일 오후 2시 도쿄(東京) 롯폰기의 아오야마공원에서 주도한 '중국대사관 포위, 중국의 센카쿠 침략 저지, 긴급 국민대행진'엔 1,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 후 자위대의 센카쿠 주둔 등을 주장하며 도로를 행진했다. 15, 16일 전국 180여 곳에서 반일 시위를 한 중국에선 22, 23일에도 광저우(廣州)와 상하이(上海) 등에서 수천명 단위의 산발적 시위가 이어졌다.
한편 일각에선 대화를 통한 해결책도 강구되고 있어 국면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양옌이(楊燕怡)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부장조리 등이 중일 정당간 교류 프로그램의 하나로 24~27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교도통신이 22일 전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25일 시작하는 유엔총회에 참석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장관은 유엔총회에서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민일보는 23일 "한쪽으론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댜오위다오에 상륙하고 반중 시위까지 하는 게 일본"이라며 "회개할 생각도 없으면서 무슨 관계 복원이냐"고 비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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