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치장 탈주범 최모(50)씨가 탈주 6일 만인 지난 22일 오후 4시50분쯤 경남 밀양시 하남읍 한 아파트 옥상에서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의 탈주부터 검거까지 6일 동안 경찰은 근무 태만은 물론 계속된 판단 착오와 허술한 검문, 수색으로 헛발질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23일 경찰 조사에서 "청도의 산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날 몇 개의 산을 타고 밀양으로 이동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간 엉뚱한 곳만 수핵한 것이다. 경찰은 최씨가 탈주한 첫날 고속도로 검문검색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검거 당일인 22일까지도 경북 청도군 남산과 화악산 계곡 일대에서만 수색을 집중했다. 심지어 최씨는 탈주 직후 차량을 훔쳐 대구동부경찰서 앞을 다시 지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지역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최씨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은 최씨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22일 오전 한 농민이 "21일 저녁 하남읍 농막에서 라면을 끓여먹은 흔적과 함께 과도가 없어졌고, 달력 뒷면에 '죄송합니다. 비(非)강도 최XX'라는 메모가 있었다"고 신고하고 나서야 경찰은 최씨가 이곳으로 옮겨간 사실을 알았다.
최씨는 탈주 당일 훔친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우유와 삼각김밥 등을 사서 먹었다. 밀양지역으로 넘어간 이튿날부터 산악지대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야생열매로 먹거리를 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곳은 단감, 사과, 대추, 포도 등의 산지로 손쉽게 배를 채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말이다. 잠자리는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농막이나 비닐하우스, 동굴 등에서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탈주 및 도주 경위와 추가 범죄 등을 조사한 뒤 도주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최씨가 도주 중에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거나, 최씨의 도주를 도와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24일 오전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최씨의 유치장 배식구를 통한 탈출 과정에 대한 현장검증은 CCTV 영상자료가 있기 때문에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간 CCTV 영상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던 경찰이 또다시 최씨의 탈주 과정에 대한 의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최씨는 지난 22일 오후 4시7분쯤 밀양시 하남읍 한 아파트에서 100여m 떨어진 개인주택에 들어갔다가 집주인에게 들키자 아파트 옥상으로 도주, 라면상자 속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최씨가 완전히 탈진한 상태여서 저항은 없었다"며 검거 당시 현금 6만원과 신용카드가 든 지갑, 과도 1개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로 압송된 최씨는 투명 재질로 된 '창살 없는 유치장'에 수감했다. 이 유치장의 배식구 크기는 가로 102.5㎝ 세로 11㎝로, 세로 크기가 최씨가 탈주했던 유치장 배식구보다 4.3cm 좁다. 경찰은 다른 유치장 배식구에도 모두 가로봉을 달아 틈 간격을 9㎝로 줄였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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