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도쿄에 자리한 일본 대형 양판점 '이토요카도'의 한 주류 코너.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1.8ℓ와 4ℓ들이 대용량 페트병에 담긴 진로 소주가 일본의 유명 소주들과 나란히 진열돼 있다. 이렇게 용량이 큰 제품을 내놓은 것은 가정에서 찬물에 소주를 섞어(미즈와리·水割り) 묽게 마시는 일본인들의 음주습관을 고려한 것이다.
진로 소주는 일본에선 고급 술로 통한다. 750㎖한 병이 1,000엔(1만4,000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 만큼 매장에서 소주를 마실 경우 이름을 적어 맡겨놓기(키핑)도 한다. 회사원 기미나미(48)씨는 "일본소주보다 한국소주가 약간 단 맛이 있어 목넘김이 좋고 맛이 깔끔해 쉽게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일본 주류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다. 지난해 일본법인 (주)진로의 매출은 1988년 현지 진출 이후 사상 최대인 235억엔(약 3,357억원)에 달했다. 철저한 유통망 확보와 일본인들의 기호를 감안한 맞춤 상품 출시 덕분이다.
지난 5월 하이트진로 해외사업 총괄사장에 임명된 양인집 진로 일본법인 사장은 20일 도쿄 법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진로는 국내 B2C(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관계) 기업 중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며 "식품, 음료 등 사업영역을 확대해 2017년까지 지난해 해외 매출의 2배가 되는 3,000억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기린, 아사히, 산토리에 이어 외국 주류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소주 중심이던 일본 수출시장을 맥주, 막걸리 시장으로 다양화한 게 주효했다. 2006년만해도 갑류(희석식)소주가 99.7%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맥주가 48%로 소주를 제쳤고, 그 뒤를 이어 소주(35%), 막걸리(14.8%)였다.
양 사장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주류시장은 6% 감소했지만 하이트진로의 판매는 오히려 239% 성장했다"며 "보드카에 과즙을 넣은 스파클링진로, 과즙을 넣은 막걸리, 맥주 이외 저알콜 발포주인 제3맥주 등 20여개의 일본 한정판 제품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앞으로 일본식 소주, 맥주, 막걸리 등 현지화한 상품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맥주의 경우 자체브랜드(PB)로 공급해 일본 시장에서 기술력을 먼저 인정받겠다는 전략이다. 또 일본 유통체인들과 협력, 제3국 공동진출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도쿄=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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