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진행 중인 미사일지침 개정협상에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기존 300㎞에서 800㎞로 연장하되, 탄두중량은 500㎏를 유지키로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500㎏ 제한에 묶인 무인항공기(UAV) 탑재중량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미 미사일지침의 대표적 제약조항 중 하나인 민간로켓의 고체연료 사용과 군사용 전용 문제는 추후 논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의 성격상 확정발표 전까지는 여러 변수를 배제할 수 없으나 일단 큰 골격은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의 심각한 미사일전력 불균형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조속히 한국의 미사일 능력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알다시피 북한은 대포동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차치하고라도 사거리 1,000㎞ 안팎으로 한반도 전역을 타격거리에 둔 압도적인 미사일 전력을 갖추고 있다. 그에 비해 그나마 2001년 지침 개정협상을 통해 겨우 300㎞ 사거리를 확보한 한국군은 북한도발에 대한 억제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자위적 반격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절름발이 상태다.
사거리 800㎞는 돼야 한반도 남단에서도 북한 대부분 지역을 타격가능 범위에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양보할 수 없는 최저기준이다. 이 경우 일부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중일을 자극할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그들의 월등한 미사일ㆍ로켓발사 능력을 도외시한 억지에 가깝다. 사거리-탄두중량을'트레이드 오프' 방식으로 조정한다고 하나 탄두중량 500㎏ 이하는 전술적으로 별 가치가 없어 크게 의미를 둘 것은 아니다. 어쨌든 800㎞-500㎏면 주변국들의 반발명분을 누르면서 최소한의 전술목표에 접근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이 완결된다 해도 이와 별도로 감시ㆍ요격시스템을 포함한 북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일정 수준 갖추는 문제는 시급하다. 더욱이 최근 고조되는 동북아의 불안한 정세까지 감안하면 우리 미사일 안보능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미사일 주권까지 논할 단계는 아니어도 이 정도의 진전은 겨우 출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