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난징시 푸커우취 용펑소학교. 평소와는 조금 색다른 음악수업이 이뤄졌다. 악기가 없어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며 수업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날은 교실 가득 중국 전통 현악기 '고쟁(古箏)'의 은은한 선율이 울려 퍼졌다. 이 영롱한 소리에 매료된 학생들은 평소보다 더욱 귀를 기울였고, 지켜보던 선생님들도 흐뭇해 했다. 친비치앙 소학교 교장은 "음악수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품이 없거나 노후화한 게 많았는데, 앞으로 수업의 질이 높아져 학생들의 성취도도 많이 향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작은 변화를 일으킨 곳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중국 21개 도시, 30개 노선을 운항하며 '중국 최다 운항 국적사'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부터 중국 내 21개 지점별로 학교 한 곳씩 결연을 맺고 교구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물품도 피아노를 비롯해 학교별 40, 50여대의 컴퓨터, 1,000권의 도서 등 다양하다. 현재 옌지, 창춘, 웨이하이, 다롄, 옌타이, 난징 등 지역 학교에 각각 지원을 완료했다. 다음달 시안 등을 포함해 2014년까지 총 15곳에 추가로 지원이 이뤄질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학교 원조에 적극 나선 이유는 주요 항공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89년부터 중국 내 빈곤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범정부적 교육환경 개선활동인 '희망공정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왔다.
사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지원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예산마련도 쉽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0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공모한 공공민간협력사업(PPP)에 선정돼, KOICA로부터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하는 글로벌 사회공헌사업에 1대1 매칭펀드 방식으로 비용의 절반을 지원받고 있다. 일개 기업 차원의 원조를 넘어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글로벌 사회공헌이 중국에만 치우친 건 아니다.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저개발국들도 지원 대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베트남 중부의 세계문화유산인 호이안 고대도시 보존 사업. 호이안은 19세기 초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여러나라 무역상이 교류했던 곳으로 당시 각국의 다양한 건축양식이 남아있어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세계유산 보존활동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첫번째 사업으로 호이안 관광안내센터 리모델링과 태양광 가로등 설치 등 관광 기반 시설 구축을 도왔다.
이 밖에도 지난해 6월, 필리핀 딸락주 카파스시에 거주하는 아이따족 필리안 마을과 1사1촌을 맺고 정수탱크, 공동식수대, 공동화장실 등 위생시설과 색동놀이터, 공부방 등 기초생활시설을 지어줬다. 특히 변변한 집이 없는 이들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개량형 전통주택지원 작업도 펼쳐 1년 만에 60여 채를 제공했다.
국내에서도 교육 기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기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올 1월부터 글로벌 매너스쿨 등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면접, 직장 예절, 대화법 등을 전수하고 승무원 체험교실 등 기업 특성을 십분 활용한 재능기부도 펼쳤다. 또 재능나눔 페스티벌을 통해 승무원이나 조종사, 정비사 등 항공업계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연 4회에 걸친 직업강연도 벌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국내 청소년은 물론 해외 빈민지역 아이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 문화 분야를 적극 지원, 글로벌 항공사에 걸 맞는 이미지를 심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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