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의 여왕'으로 불리는 백합을 대량 양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 국제갯벌연구센터는 23일 백합 등 패류(조개류)어장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갯벌어장 환경 개선 구조물을 개발해 설치한 결과 백합 서식률이 기존 해역에 비해 3~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구조물은 갯벌에 고정하는 지주에 이른바 물을 돌게 하는 와류(渦流) 발생판을 부착, 패류의 유생(幼生)과 종패가 서식하기 좋은 '조수 웅덩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조수 웅덩이는 갯벌어장의 급격한 온도변화를 완화해 지금까지 패류의 주요 폐사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썰물에 장시간 노출되는 문제도 해소한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또 입자가 큰 모래도 패류 유생의 정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합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등 수산자원 중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고급 패류다. 백합 양식은 1966년부터 서해안과 남해안 간석지에서 조위망식(썰물 때 갯벌이 드러나는 곳) 양식이 시작된 이래 1970년대 8,000여톤이 일본으로 수출돼 당시 수산물 단일 수출품목 1위를 차지할 만큼 효자 품목이었다.
그러나 1973년 전북에서 백합 폐사 현상이 나타난 이후 서해안과 남해안 전 어장으로 확대됐고, 이후 어장 면적이 2001년 150ha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백합 최대 생산지인 새만금 일대가 개발되면서 국내 생산량의 90%가 사라졌다. 현재 전남에서는 영광 두우리 갯벌어장에서 연간 20~30톤을 생산하고 있다.
해양수산과학원 "환경개선 구조물 설치로 영광지역에서 백합자원이 1960년대 수준으로 복원되면 경제적 가치가 연간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며 "연구 성과물의 발명특허 출원을 준비하는 등 패류자원 회복과 생산량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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