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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나는 女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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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나는 女軍이다

입력
2012.09.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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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줄곧 궁금했어요. 남자들은 군복 입고 나라를 지키는데 왜 여자는 군대에 보내주지 않는지 말이에요."

지난 10일 저녁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 학군단 행정실. 교복 차림의 앳된 여고생이 말했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은아(17ㆍ서울 원묵고 2)양은 숙명여대 학군사관후보생(ROTC)들이 110개 대학이 참가한 올해 동ㆍ하계 군사 훈련에서 남자 후보생들까지 모두 제치고 1등을 했다는 소식을 최근 듣고선 여자도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바야흐로 '여군 전성시대'다. 숙명여대 학군단뿐 아니다. 올해 ROTC 하계 훈련 개인 수석의 영예도 여대생인 김세나(22ㆍ동국대 경찰행정학과 3)씨에게 돌아갔다. 사관학교 여생도들의 분전 역시 놀랍다. 조하영(19)씨가 올해 해군사관학교 신입생(70기) 전체 수석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 2월 임관한 윤가희(24) 소위는 육군사관학교 사상 첫 여성 수석 졸업자가 됐다.

현역들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부터 금녀(禁女) 지역이었던 1사단과 25사단 등의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에까지 여군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2007년 말 5,000명도 되지 않던 여군의 수는 5년여 새 7,600명을 넘어섰다. 여군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육ㆍ해ㆍ공군사관학교의 내년 여생도 입학 경쟁률이 각각 37.8 대 1, 52.2 대 1, 51.4 대 1에 이를 정도다.

고교생인 김은아양이 2010년 여성에게 개방된 ROTC를 벌써부터 꿈꾸고 있는 것도 '여군 시대'의 한 반영이다. 지난 7월, 6 대 1의 경쟁을 뚫고 성신여대가 마련한 병영체험 캠프에 참가, 공수훈련의 맛도 봤지만 더웠던 것 말고는 할 만했다고 한다. 물론 "군인이 돼 주변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남성성에 대한 동경에 가깝다. "싸워도 금세 다시 친해지는 남자의 세계"는 어쩌면 환상일지 모른다.

그가 이날 성신여대를 찾은 건 캠프 때 봤던 이 대학 ROTC 대대장 후보생인 신세라(20ㆍ스포츠레저학과 3)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날 모임엔 새내기 나연주(19ㆍ정치외교학과 1)씨도 동석했다. 나씨의 꿈도 김양처럼 ROTC를 거쳐 여군 장교가 되는 것. 화장을 곱게 한 그는 "군인이 돼도 여성의 장점인 미모를 가꿔야 한다"고 망설임 없이 얘기하는 이다.

커트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신씨는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신씨는 이번 ROTC 하계 훈련에서 동기생 4,600여명 중 19등을 했다. 두 사람은 신씨를 멘토로 삼기로 했다. 신씨도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신씨의 속내는 이들보다 복잡하다. 내후년 초면 야전 부대 소대장으로 남자들의 세계에 뛰어들 그에게 여군으로서의 삶은 어느덧 현실이다. 짧으면 2년 4개월, 길면 수십 년이 될 복무 기간 동안 '어항 속의 금붕어'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선배들에게서 들었다. 적응을 위해 남자 흉내를 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군인이 적성에 맞으면 안정된 직장을 잡을 수 있고, 그러지 않더라도 장교로 복무하며 얻을 수 있는 리더십과 조직관리 경험은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 ROTC에 대한 여학생들의 관심이 부쩍 커진 이유다. 그러나 "여군은 군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생존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역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 "혹한기 훈련 때 얼룩덜룩 위장 남편이 그모습에 반했었대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 등 각군의 장교 4명이 광주 경기 전남 등지에서 모였다. 육군 김성현(35ㆍ여군 46기), 공군 박지연(34ㆍ공사 49기) 소령과 해병대 이숙연(32ㆍ해사 57기), 해군 김귀미(29ㆍ해사 60기) 대위가 그 주인공이다. '여군 전성시대'가 열린 듯 여성의 군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직업 여군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들어보기 위해 한국일보가 마련한 자리였다. 모두 여성의 군 참여가 본격 늘기 시작한 2000년대 초ㆍ중반 임관한 여성 장교들로, 박 소령과 김 대위는 각각 여성 최초의 전투기 편대장과 함대 소속 고속정장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이들을 군으로 이끈 것은 거창한 꿈이 아니라 사관학교에 대한 환상이었지만 "군 생활을 그만두고 싶었던 때가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왜 직업 군인이 됐을까. 가장 많이 들었을 법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싱거웠다.

김성현 소령="군인이셨던 외삼촌 영향이 컸어요. 당당하고 강하지만 가족에겐 부드러운 외삼촌의 모습을 접하면서 제 미래를 설계했죠. 부모님도 적극 찬성해 주셨고요."

박지연 소령="저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데다 군인 가족도 없었죠. 고3 때 장학금을 준다는 것을 알고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했습니다. 그냥 용돈 주고 학비 주는 특수학교 정도로 생각했어요. 사관학교를 나오면 군인이 된다는 것조차 몰랐고, 식후 30분 구보가 산책인 줄 오해할 정도였죠. 그랬던 제가 전투기까지 타게 됐어요. 군인은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숙연 대위="저도 비슷하게 해군사관학교 모집요강에서 '여생도 첫 모집'이란 말과 파란 바다를 보고 '내가 갈 곳이다' 싶었습니다. 주변 반대를 모두 무릅썼죠."

'잘 모르고' 입대한 만큼 남성이 절대 다수인 조직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가부장적인 상관의 과보호와 이에 따른 남군 동료의 질시가 모두 부담이다. 간부들뿐만 아니라 거느리는 병사의 인정을 받기도 어려운 일이다. 여군으로서의 자리를 찾는 과정은 여성성을 지워야 할지 강점으로 내세워야 할지 고민의 연속이다.

박 소령="(남군 동료들부터)'역차별 당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습니다. 중위 시절 비행단에 처음 배치됐을 때 소령이 존대를 하기도 했어요. 남군 중위에겐 편하게 하대를 하면서요. 결론적으로 그들과 '동류'가 되기 위해 제가 먼저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죠."

김 소령="남자들의 세계는 술과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술자리에서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회식 자리에서 고민을 나누면 오해도 풀리고 인간적인 정도 들게 마련이죠."

이 대위="소위 임관 뒤 처음 해병대 소총중대 소대장으로 갔을 때 소대원들이 하필 여자 소대장이 와서 귀찮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당시 훈련이 많았어요. 외려 다행이었죠. 지휘관이 동고동락하면 부하가 잘 따른다고 하잖아요. 소대원들과 더불어 벌벌 떨거나 땀 흘리고 부상을 입은 발도 봐주고 함께 숙영하고 행군하다 보니 어느 샌가 여자 소대장이 아닌 5중대 3소대장이 돼 있었습니다. 여군이 군에 적응하려면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인식의 벽을 먼저 허물어야 해요. 남자가 대다수인 군대 문화를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죠."

김 소령="처음에는 '강한 여군'이 다인 줄 알았어요. 소위, 중위 때는 (부대원들에게) 뒷짐 지고 소리만 지르기 일쑤였죠. 하지만 지내다 보니 제가 가진 강점은 따뜻한 모습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큰 누나 같은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군대가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병사들이 편하게 의지할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니까요. 첫 아이를 낳은 뒤부터는 병사들이 아들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치거나 밥을 못 먹은 병사를 보면 안타까운 감정이 더 커지더군요. 엄마의 마음이랄까요."

하지만 결국 여군을 군인으로 만드는 것은 남성성도 여성성도 아닌 전문성이다.

김귀미 대위="병사들에게 '나는 고속정 정장이지 여군 정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그렇다고 남성처럼 보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장이 될 수 있었던 건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춰서이지 다른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적응은 성별이 아니라 개인 능력 차에 따른 문제일 뿐입니다. 전투 업무 투입과 관련해서도 여성의 평균적 신체 능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전투력과 신체 능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현대전이 더 이상 육탄전이 아닌 만큼 전략과 전술에 능통한, 전문 지식을 갖춘 군인만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겠지요."

"예쁘다"는 칭찬마저 "군복이 잘 어울리고, 군인으로서 멋지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한 여군들은 자신을 여성으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기혼 여성이 되기도 한다. 김 대위를 뺀 기혼 여군 세 명은 모두 군인과 결혼했다.

김 소령="아무래도 평상시 봉寬?접촉할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남편은 상급 부대에 근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겨울 혹한기 훈련 때였죠. 지휘관이 제가 소속된 부대를 방문할 때 남편이 수행했어요. 군단장님 오신다고 위장을 얼룩덜룩 더 철저히 했는데 그 모습에 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는 군인 배우자를 만난 게 행운이죠."

이 대위="저는 아들이 7살인데 아직까지 제가 직접 키워본 적이 없어요. 출산 후 석 달 만에 경기 의정부에 계신 친정 부모님께 아들을 맡기고서는 주말마다 경북 포항과 전남 장성 근무지에서 의정부까지 아들을 보러 차를 몰고 한 달음에 달려가곤 했죠. 그러다 중대장이 돼 연평도에 들어갔는데, 육지에서는 그나마 1~2주에 한 번씩 보던 아들을 아예 볼 수 없으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친정 부모님이 아들을 데리고 연평도에 오셨다가 섬에서 나가던 날 배에서 4살배기 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눠야 할 때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현역 여군 장교들은 "군인은 여성으로서 도전해볼 만한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안정된 직장으로만 여겨선 군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위="군인을 여성으로서의 멋과 직업적인 측면에서만 보고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군인은 분명 전쟁을 대비하고 유사시 전투에 참가하기 위해 있는 존재인 만큼 언제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 자신을 내던지겠다는 자세와 희생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합니다."

박 소령="경제난, 취업난 탓에 군대를 안정적인 직업군의 하나로 보고 지원하는 여성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단순히 월급 받는 회사가 아닙니다. 또 군인에 도전하는 여성들에게 욕심을 내라고 주문하고 싶어요. 남성과 동일한 기회와 계급이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평가를 받고자 하는 성취욕을 가져야 합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 공군 항공과학고 예비여군들

"군인 하면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깨뜨리겠습니다!"

군인 특유의 빳빳하게 다림질해 날이 선 옷, '다ㆍ나ㆍ까'로 끝맺는 말투는 고등학생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경남 진주시 금산면 공군교육사령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공군 항공과학고 재학생, 그것도 여고생들 얘기다. 항공과학고는 관제ㆍ통신ㆍ정비 등 항공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학교로 학생들은 졸업 후 부사관으로 임관해 7년간 의무복무한다. 만 열여섯 나이에 2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예비 여군의 길에 들어선 이들을 교정에서 만났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비밀 연애를 묻자 "호호 깔깔" 웃으며 얼굴이 붉어진다.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하지만 여군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다부지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1학년 신지영(16)양은 "나만의 전문 기술을 갖고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 여군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3학년 유혜지(18)양은 "군대가 주는 긴장감이 좋아 여군이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긴장감을 갖고 능력의 100%, 또는 한계를 뛰어 넘을 때 짜릿함을 느낀다"는 것. 항공기를 풀고 조이고 정비하는 일은 남자에게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하지만 유양은 "정비를 마친 항공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여자라고 마냥 여성스러운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기체기관 정비가 특기인 심예슬(18)양도 어려운 일 앞에서 더욱 도전적이 된다. 항공기 인테이크(공기 흡입구)나 핫섹션(배출구)에 직접 들어가는 일도 마다 않는다. 신지영(16)양은 "팔굽혀펴기 20개쯤은 기본"이라며 "단지 여군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문적인 실력으로 최고로 인정받는 군인이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다. 2학년 정주희(17)양도 "아직은 많은 분야에서 남성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경우가 많은데, 군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항공과학고는 1969년 공군간부학교로 문을 연 이후 금녀의 지대로 남아있다 2008년 처음 한 학년 150명 중 10%인 15명을 여성으로 뽑았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여성 졸업생이 나와 현역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여군의 길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심예슬양은 "처음 여군이 된다고 했을 땐 친척들까지 나서 말렸는데, 지금은 친구들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항공과학고에 서류전형에 합격하는 여학생들의 내신 평균은 줄곧 최상위권이다.

전군 유일의 군사고등학교라서 그럴까. 항공과학고 여고생들은 "우리는 이미 군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1주일에 두 시간 군에 대한 기본지식, 제식훈련, 군인윤리 등을 가르치는 군사학 수업을 받을 뿐 전투 훈련은 받지 않는다. 만 18세 미만은 총을 잡지 못하도록 한 국제아동권리협약에 따른 것이다. 다만 1학년 2학기 때 전공이 결정되면 국어 등 필수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수업의 3분의 1은 전공별 심화교육으로 진행된다. 항공과학고는 지난해부터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김진식 교장(대령)은 "여고생일까, 군인일까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디까지나 학생으로 봐야 한다"며 "교육도 전인교육 중심으로 공군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 교육을 함께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여고생들은 아직 군인은 아니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하다. 군 보급품 중 하나인 음료수 '맛스타'를 좋아하고, 초코파이와 같이 단 것이라면 사죽을 못쓴다. 입학 후 첫 외출을 나갔을 때 동기들끼리 발을 맞춰 걷다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여고생들은 "군인 같아 보인다는 말을 듣기보단 진짜 군인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유혜지양은 "군대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가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고 공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주(17)양은 "군대에서도 여성의 섬세함이 장점이 되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여군이 늘수록 더 좋단다. "여군이 늘어 경쟁 상대가 많아지면 도달할 수 있는 목표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진주=이동현기자 nani@hk.co.kr

■ 여군 1만명시대 눈앞… 3군 사관학교 입교는 '바늘구멍'

최근 우리 군에 부는 여풍(女風)이 심상찮다. 1990년대 이후 사회 전반에 불기 시작한 '성(性) 평등' 바람이 전통적인 남성의 영역, 가장 남성성이 강한 분야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수한 여성 인력을 유인하려면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군 특유의 가부장적 문화나 미비한 혼성 병영 인프라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장교와 부사관을 포함한 여군은 모두 7,647명으로 전체 군인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말(4,959명)보다 무려 54%나 증가했다. 5년도 안 돼 전군 대비 비중 역시 2.6%포인트나 높아졌다. 2015년 말이 되면 여군 1만명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정부는 이 때까지 여군 인력을 1만120명(5.3%)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군이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올해 공군사관학교 여생도 입학 경쟁률은 역대 최고인 51.4 대 1을 나타냈다. 16명을 뽑는데 822명이 몰렸다. 육군사관학교의 경우 여생도 28명 정원에 1,059명이 지원해 37.8 대 1의 지원율을 보였고, 해군사관학교 지원율은 52.2 대 1에 달했다. 여성 학군사관후보생(ROTC)의 평균 경쟁률도 7 대 1에 육박한다.

여군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것은 1990년대부터. 1989년 여군병과라는 독립된 특수병과가 폐지되고 여군들이 일반병과로 편입되면서 문이 크게 넓어졌다. 1997년 공사가 여생도 입학을 허용하자 육사(1998년)와 해사(1999년)도 문호를 개방했다. 이후 첫 전투기 조종사(2002년), 전투함 승선(2003년), 전투병과 출신 여성장군 탄생(2010년) 등 여군 역사의 획기적 사건이 잇따랐다. 그간 여성을 뽑지 않던 ROTC도 2010년 여대생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군 진입이 늘어난 배경은 먼저 현대 전쟁이 기술전으로 진화한 데다 군대 임무도 평화유지나 재난 시 공공서비스 제공 등으로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여성 운동의 영향으로 여성 정책이 마련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자기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의식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방부의 여군 활용 계획도 변하고 있다. 2009년 여군 배치를 제한하는 전투 부대 범위를 연대급에서 대대급으로 축소한 데 이어 2014년까지 포병과 기갑 등 12개 병과에 여군을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여군이 군과 가정 생활을 함께 꾸릴 수 있도록 ▦출산 전후 3개월 출산휴가 부여 ▦불임 휴직제 ▦육아 휴직 3년 보장 같은 정책도 시행 중이다. '성 군기' 사고 예방을 위해 가해자 가중 처벌, 피해자 인권 보호 등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대다수 남자 군인에게 여군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존재다. 한 예비역 육군 대령은 "여군이 휘하에 배치되면 새로 만들어야 할 전용 시설이 부지기수인 데다 지휘관이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전투력이 저하되는 건 물론 '역차별'을 당한다는 남군 동료들의 불만도 쌓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 현역 육군 중사는 "여군은 체력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야전 부대나 전투 병과에 맞지 않다"고 했다. 여군들 사이에선 육아 휴직은 대체 인력 문제로 쓰기 어렵고, 28곳뿐인 보육 시설도 너무 적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엘리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국방부는 여군을 끌어들이기 위해 '평등한 군대'로 홍보하고 있지만 군내 양성평등 문화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 군 연구기관 전문가는 "성별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여군 활용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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