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고민 끝에 21일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특별검사법'(내곡동 특검법)을 수용한 것은 국민 의혹 해소를 바라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내곡동 특검범의 법리적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다루는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 특검법이 지난 6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넘어온 뒤 법정시한 15일을 다 채우고 내린 결정이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내곡동 특검법이 넘어온 직후부터 민주통합당이 사실상 특별검사를 임명하도록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사건의 고발 당사자인 민주당이 수사주체를 임명토록 한 것은 삼권분립 위배 등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 대상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법리 문제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이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내곡동 특검법에 대해 "여야의 정략적 합의"라며 강하게 비판한 대목은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을 압축한 것이다. 김황식 총리도 이날 회의에서 "대승적으로 수용한 대통령의 취지를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나중에 법리가 우선돼야 하는 문제인데 너무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후세의 평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가 내심 더 걱정한 것은 특검법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었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물론 부인 김윤옥 여사까지 소환될 가능성이 있는 등 민감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대선 과정에서 특검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소소한 것으로 이 대통령 측을 공격하고 이를 여당 후보와 엮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그래서 참모들 대부분과 일부 장관들은 특검법 수용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민 정서 와 대선이라는 정치 상황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여야가 합의한 법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할 경우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해 온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타격을 받은 새누리당이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새누리당도 국무회의 전날까지 특검법 수용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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