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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탈주범, 22년전 호송차서도 탈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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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탈주범, 22년전 호송차서도 탈출했었다

입력
2012.09.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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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치장 탈주범 최모(50)씨가 22년 전 경찰 호송버스에도 쇠창살을 뜯고 탈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최씨는 지난 17일 탈주 당시 '누명을 벗어야 하기에 선택한 길'이라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곳곳에서 최씨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탈주 5일째인 21일까지도 최씨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1990년 7월 교도소행 버스에서 탈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씨는 1990년 7월31일 오후 7시35분쯤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서 경찰 호송버스를 타고 대구교도소로 이송 중 버스 뒤편의 쇠창살을 뜯어내고 도주했다.

최씨는 당시 교통체증으로 호송버스가 서행하자 버스 뒤편의 쇠창살 13개 가운데 1개가 빠져 있는 점을 이용해 바로 위 쇠창살 1개를 더 뜯어냈고, 20㎝ 가량 틈이 생기자 버스가 신호에 걸려 정차하는 사이 달아났다. 25인승 호송버스에는 3명의 경찰관과 다른 35명의 피의자가 있었다. 운전석 쪽에 있던 경찰은 최씨의 탈주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고, 35명의 피의자들은 도주하지 않았다.

당시 전과10범이던 최씨는 4인조 혼성 절도단의 두목으로 금은방의 슬레이트 지붕을 뚫고 들어가 귀금속을 훔치는 등 13차례에 걸쳐 1억여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그 해 7월25일 붙잡혀 대구남부경찰서에 구속됐다. 탈주 후 최씨는 8월2일 오전 내연녀를 만나기 위해 대구 도심에 나타났다가 격투 끝에 붙잡혔고, 특수도주죄가 추가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최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도 "실제 저지른 범죄보다 혐의가 훨씬 많아 담당 검사에게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탈주했다"고 주장했다.

달필의 한자로 '出理由書' 메모 남겨

최씨는 지난 17일 대구 동부경찰서를 탈주할 때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그는 경찰이 제공한 A4용지 크기의 구속적부심 청구서 청구이유 난에 '出理由書'(출이유서)라고 적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누명을 벗어야 하기에 선택한 길입니다', '救苦救難 南無觀世音菩薩'(구고구난 나무관세음보살ㆍ괴로움과 어려움을 구해달라고 관세음보살에 빈다는 뜻), '누구나 자유를 구할 本能(본능)이 있습니다'라고 쓴 뒤 '중생(衆生) 최모'라고 적었다. 초등학교 5학년 중퇴 학력인 최씨는 달필의 한자 실력을 구사했다. 수감 생활 중 익힌 실력으로 보인다.

메모를 남긴 데서도 보듯 최씨는 탈주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 수감된 후 독서를 한다며 계속 책을 요청해 반납하지 않고 모았다가 탈출 당시 담요에 말아둬 자신이 잠들어 있는 모습처럼 꾸몄다. 또 다른 유치인의 연고제를 모았다가 윤활제로 몸에 바른 뒤 좁은 배식구를 통해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에 대해 "최씨는 강도상해 혐의가 추가돼 가중처벌을 두려워한 것"이라며 부당한 혐의를 적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5월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점포를 세내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주인에게 쫓겨난 뒤, 지난 7월3일 임대차계약서를 훔치러 이 건물에 침입했다가 주인에게 적발되자 골프채를 휘둘러 전치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지난 12일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소년원 동기 A씨가 자신을 신고한 것으로 알고 붙잡히기 전 A씨의 집에 '죽이겠다'는 메모를 남겼으며, 경찰은 신변보호를 위해 A씨를 보호 중이다. 경찰은 "A는 경찰에 신고한 적이 없는데 최가 착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룡산 등 곳곳에서 목격신고… 오인 판명

전국 곳곳에서 최씨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지만 대부분 오인 신고로 밝혀졌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계룡산 동학사 인근에서 최씨를 봤다는 신고가 112로 접수됐다. "등산로 입구의 벤치에 검은색 상의와 겨울 점퍼, 남색 바지 차림에 베이지색 가방을 들고 앉아 있던 마른 편의 40∼50대 남자가 탈주범인 것 같다"는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오인 신고로 판명났다. 비슷한 시각에 서울경찰청에는 "지난 18일 오후 9시쯤 탈주범과 비슷한 사람이 창원시 구암동에서 시내버스를 탄 후 소답동 한 아파트에서 하차했다'는 112 문자메시지가 접수돼 경찰이 수색에 나서는 등 이날까지 60여 건의 목격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20일 오전 밀양에서 마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탈주범으로 의심되는 남자가 탔다가 밀양시 상남면 국도변에서 내렸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대구와 가까운 밀양 지역에서만 그동안 목격 신고가 19건에 달했지만 대부분 오인 신고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도 최씨가 내연녀와 함께 키우던 애완견을 동원, 경북 청도군 남산 일대에 대한 수색을 벌인 한편 밀양 등 경남 지역으로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공주=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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