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입찰담합 사건 처리를 고의로 지연했음을 보여주는 내부문건의 제보자를 공정위원회가 색출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최근 공정위 내부문건을 잇따라 공개하며 “공정위가 4대강 담합 조사를 하면서 청와대와 조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내부문건이 김 의원에게 들어간 경위를 확인하겠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특별조사팀까지 구성해 말단직원부터 1급 상임위원까지 수십 명의 개인 이메일과 휴대폰 통화내역을 뒤지고 있다고 한다. 물의를 빚자 공정위는 내부자료가 외부로 반출된 과정을 알아보는 것일 뿐 유출자 색출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짓을 하지 말자는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만든 게 바로 1년 전이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이 법 15조에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공정위의 행태는 이 법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때마침 이 법 시행 1년을 맞아 국민권익위원회 주최로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성과와 발전 과제’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공익신고자들이 비밀누설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대상을 기업의 회계부정이나 횡령, 건축비리 분야까지 확대하고 신고자에 대한 보상수준을 높일 것 등을 촉구했다.
과거 감사원의 재벌 봐주기를 폭로한 이문옥 감사관, 보안사 불법사찰을 공개한 윤석양 이병, 군 부재자 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등의 사례에서 보듯 내부고발자의 사회적 공헌은 지대하다. 이들이 없으면 은밀하게 이뤄지는 내부비리를 밝혀내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익신고자들이 나와야 하고, 국가는 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나 기업은 내부 고발이 나오면 제보자 색출에만 신경을 곤두세운다. 고발 동기를 개인불만이나 영웅심리로 치부하고 배신자로 폄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