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건강보험을 불법으로 이용한 사람이 11만5,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연평균 3만 명 가까이가 국적 상실이나 이민, 외국인의 국내 체류기간 만료 등으로 자격을 잃었으면서도 태연히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횟수로 50만 건에 넘으며, 여기에 보험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도 110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한 외국인은 2007년 체류기간이 끝났으면서도 이후 4년 동안 국내 건강보험으로 무려 480번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로 이민을 가고도 국내에서 10개월 동안 78차례 병원 진료를 받아 모두 5,119만원의 보험혜택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환자, 병원, 공단 모두가 건강보험료를 주인 없는 공돈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2009년부터 조사시스템을 갖추고, 지난해 말부터는 외국인들의 10년간 진료상황을 모두 조사하면서 불법이용자를 무더기로 적발해 낼 수 있었지, 그전에는 1년에 불과 1,000여건을 찾아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 동안 보험공단은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건강보험 불법 이용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제도의 허점 탓이 크다. 건강보험 통합되면서 1999년부터 병원에서 보험자격과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법적 의무가 없어졌다. 병원들이 수익을 위해 과거 진료기록만 있으면 보험으로 진료를 해주고, 공단 역시 무자격자를 제대로 가려내지 않은 채 일단 보험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설령 불법 이용자를 사후에 적발하더라도 환수율 36.2%가 말해주듯, 현실적으로 진료비를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사전에 불법이용을 차단하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논의 중인 병원의 환자자격 및 본인확인 의무의 부활부터 서둘러야 한다. 무임승차의 방치야말로 보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보험재정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보험료를 낸 대다수 가입자들을 허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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